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태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지역구에서만 전체 과반 의석을 넘긴 163석을 확보했다.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17석까지 더하면 총 180석이 여권의 몫이다. 말 그대로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압승’을 거둔 것이다. 자연스레 시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가 누가 될지에 쏠렸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졌다. ‘친노 출신 친문’ 4선 김태년 의원과 ‘친문 핵심’ 3선 전해철 의원, 그리고 ‘비문’ 4선 정성호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김태년 의원은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진보 진영 주류에 몸담았다. 친문 성향을 다시 분류할 때 친노 출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계열 당권파로 꼽힌다. 김 의원은 1년 전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 낙선한 뒤 재수에 도전했다. 김 의원은 “2019년 원내대표 선거에서 의원들이 통합과 균형의 리더십을 선택했다. 그 결과 총선 압승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감사하다”면서 “내게도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전해철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문재인 변호사와 함께 탄핵심판 실무를 담당한 뒤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정계에 입문한 뒤 전해철이란 이름은 언제나 ‘친문 핵심’을 논할 때 빠지지 않았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더불어 ‘3철’이라 불리기도 했다. 전 의원은 거대 여당 원내대표 자리에 출사표를 던지며 당·정·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의원은 “달마다 임시회 소집을 의무화하고,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 개최 의무화,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트랙) 및 추경예산 심사기간 단축,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 불출석에 따른 징계 신설 등 국회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정성호 의원은 이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유일한 비문계 의원으로 관심을 모았다. 정 의원은 원내에서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정 의원은 대야 협상력을 자신의 무기로 내세웠다. 정 의원은 “야당과 신뢰관계가 있는 협상 파트너, 국민이 주신 힘으로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원내리더십 해답은 정성호”라고 했다.
5월 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3파전을 벌인 전해철, 김태년, 정성호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원내대표 선거가 열리기 전 민주당 내부에선 친문계 전해철 김태년 의원, 2강 구도라는 의견이 주를 이렀다. 친문 집안싸움이 예상됐던 셈이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김 의원보다 ‘친문 핵심’에 더 가까운 전 의원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왔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전 의원을 10표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결선까지 갈 것이란 예상도 깨졌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 의원이 86 운동권 대표주자인 이인영 의원에게 패했다”면서 “당시 친문 핵심들이 이인영 의원을 밀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친문 내에서 김태년 동정론이 흘렀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만약 김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도 떨어진다면, 당 내에 친문 독주를 견제하는 ‘반친문 정서’가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 직전 현장 연설에서 “지난해 원내대표에 도전했는데 떨어졌다. 저는 이번이 재수”라며 “일할 기회를 달라. 더 이상 제게 원내대표 선거는 없다”며 읍소했다. 이러한 전략이 초선 당선자들에게 먹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엔 이번 총선을 통해 처음 국회에 들어오는 당선자가 68명에 달한다.
한 초선 당선자는 “현장에서 김 의원 연설을 듣고 마음을 굳힌 동료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비주류 진영도 김 의원 손을 들어줬을 가능성이 높다. 정성호 의원이 9표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주류 후보 중 그나마 친문 색채가 옅은 김 원내대표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수락 연설을 하는 김태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 내부에선 친문 표가 반으로 갈린 것을 두고 향후 주류 세력 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8월 전당대회는 그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여권 내에선 친문계가 이해찬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는데, 김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이해찬계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코로나19로 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있어 어깨가 무겁다”면서 “우리 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각오를 내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추미애-이해찬 (전·현직) 당대표, 우상호 우원식 홍영표 이인영 원내대표 그리고 이낙연 선대위원장 등 훌륭한 지도자들의 통합 리더십을 이어받아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싶다”면서 “당이 안정돼야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도 극복하고 개혁 과제의 완성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