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폭로전’ 끝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김유진 PD(오른쪽). 최근 의식을 회복해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MBC ‘부러우면 지는거다’ 캡처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 출연한 유명 셰프 이원일 씨(41)의 예비신부이자 프리랜서 PD인 김유진 씨(29)는 지난 4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앞서 김 PD는 10년여 전 뉴질랜드 유학 시절에 한국인 친구 A 씨를 집단 폭행했다는 폭로의 중심에 섰다.
피해를 주장한 A 씨는 지난 4월 21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과 성인 여성 전용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에 김 PD의 학교폭력 폭로 글을 처음으로 올렸다. A 씨에 따르면 김 PD는 2008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하던 시기, A 씨가 자신과 남자친구를 험담했다는 이유로 불러내 폭행을 가했다. 1차 폭행이 있은 후에도 주차장, 노래방 등에서 또 다시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이후 이원일 셰프와 김 PD가 모두 사과문을 올렸으나 내용 중 “사실 여부를 떠나”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A 씨는 두 번째 폭로글을 올려 “김 PD가 내게 직접 연락 드려 사죄하겠다고 했지만 내게 전혀 연락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심지어 이 일을 공론화하게 도와준 내 최측근 지인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첫 글에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댓글도 함께 캡처해 게시했다. 초등학생 때 김 PD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두 번째 피해자다.
첫번째 피해 폭로자가 네이트판에 올린 폭로 게시글. 지난 4월 21~23일 총 4건을 올렸다. 사진=네이트판 캡처
이후에도 김 PD가 자신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자 A 씨는 세 번째 폭로를 이어갔다. 이 글에서는 뉴질랜드 유학 시절 김 PD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세 번째 피해자도 등장한다. 이 피해자는 이원일 셰프에게 지난 3월 직접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 김 PD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알렸으나 어떤 답장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폭로가 이어진 시점에서야 김 PD는 A 씨에게 연락을 취했고, 2차 사과문을 받고 난 뒤 A 씨는 “더 이상의 글을 올리지 않겠다”며 지난 4월 23일 ‘후기’라는 이름의 네 번째 글을 마지막으로 네이트판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런데 또 다른 폭로전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A 씨의 글에 반박하겠다는 ‘목격자’ B 씨가 나타났다. B 씨는 지난 4월 26일 네이트판에 “‘부럽지’ 김 PD 폭행 사건,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써 A 씨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B 씨는 “김 PD와 A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는데 A가 술자리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김 PD와 그 남자친구에 대해 입에 담기도 힘든 쌍욕을 했다”며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던 김 PD의 친구가 이 이야기를 듣고 김 PD에게 전달한 뒤, 다음날 광장에서 A를 만난 김 PD가 그의 뺨을 쳤다”고 설명했다. 이후 발생한 강도 높은 폭행은 김 PD가 아닌 친구가 한 것이며 김 PD는 오히려 이를 말렸다고 했다.
피해 폭로글에 반박한 첫 번째 목격자 B 씨의 네이트판 글. 사진=네이트판 캡처
그러면서 B 씨는 “왜 A는 김 PD의 친구가 한 행동까지 다 김 PD가 한 것처럼 쓴 것인지 이해가 안 가고, 왜 김 PD의 친구 이야기는 일절 나오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주차장 집단 폭행 사건 역시 A 씨가 다른 친구들에게 맞고 있는 것을 김 PD가 말렸고, 또 다른 폭행이 발생했다는 노래방에는 아예 김 PD가 있지도 않았다는 게 B 씨의 주장이다.
같은 날 또 다른 ‘목격자’ C 씨가 B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PD의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학교 동기라고 밝힌 C 씨는 특히 세 번째 피해자가 주장한 김 PD의 뉴질랜드 시절 상황을 반박하며 “김 PD는 학교 폭력 사건과 무관하며, 학창시절에 한인 학생들을 괴롭힌 바가 전혀 없다. 저희가 다닌 학교는 교율이 매우 엄격했던 학교였기에 그런 폭행을 공공연히 일삼았다면 단언컨대 절대 학교를 마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고등학교 동기라고 밝힌 두 명의 글에 대해 첫 번째 피해자인 A 씨는 공개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상태다. 대신 같은 날 여성시대에 글을 올려 “온통 거짓투성이여서 반박할 필요가 없다”며 “제가 직접 적은 제 경험에 대한 글은 모두 사실”이라고만 밝혔다.
또 다른 목격자 C 씨가 쓴 김유진 PD에 대한 옹호글. 사진=네이트판 캡처
잠잠해지는가 싶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 4일이다. 이날 새벽, 김 PD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자신의 비공개 SNS에 유서 형식의 글을 남기고 억울함을 호소한 직후였다. 다행히 가족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전전했다. 현재 의식은 회복했지만 아직까지 안정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PD는 글에서 A 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분이 다른 이의 행동을 내게 뒤집어씌웠을 때 해당 가해자에게 연락이 와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봤어도 친구라고 생각해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친구는 뒤에서 지인을 통해 지속해서 협박 문자와 전화를 걸어왔다”고 호소했다.
그가 밝힌 ‘협박 문자’와 전화는 자신을 A 씨의 지인으로 밝힌 제3자가 “B와 C가 올린 게시글을 지우게 하라”며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PD의 언니도 “동생은 ‘혼자 감당하면 되겠지’ 하고 넘겨왔지만 피해 제보자가 시켰다고 주장하는 국내의 지인에게 4월 30일부터 협박성 메시지와 전화 40회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PD가 실제로 받았다는 문자메시지에서 해당 지인은 “전화 받으세요” “남편 뒤에 숨어서 공인인 남편에게 피해 주지 말고 네 잘못은 네가 해결하라고” “네이트판 글 내려”라고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PD 측은 허위사실과 지나친 악성 댓글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측 역시 자신과 관련한 악플을 수집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혀왔다. 양측 간 첨예한 주장 대립이 결국 법정으로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