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는 유서에서 자신을 도와준 주민들과 관리소장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데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207자 가운데 144자에 해당한다.
입주민에게 갑질을 당한 뒤 울분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최 씨가 남긴 유서의 일부분. 최 씨는 유서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준 입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최 씨 친형 제공
최 씨는 “OOO호 OO이 엄마 감사해유 OO이 어머님 아버님 감사함이다 저어 억울해요 저 도와주셔서 감사함이다 제 결백 발끼세요(밝히세요)”라고 썼다. 여기서 언급된 ‘OO이 어머님 아버님’은 5월 5일 술에 취해서 죽겠다는 소동을 벌였을 때 최 씨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진정시킨 입주민이다. ‘OO이 아버님’의 경우 다친 최 씨를 병원에 입원시킨 뒤 하룻밤 동안 그 곁을 지키기도 했다.
또 최 씨는 “OO누님 감사해요 저 도와 주시이 정말정말 감사해요 저 너무 억울해 누나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OO누님은 최 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선 입주민이라고 전해진다.
최 씨는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최 씨는 “소장님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소장님 이몸 죽어도 은해 못있저요(못 잊어요)”라고 전했다. 관리소장은 최 씨에게 ‘갑질’했다고 알려진 입주민 심 아무개 씨가 최 씨를 해고하라고 요구했을 때 그럴 수 없다고 맞선 인물로 알려졌다.
또한 최 씨는 나머지 60자에선 두 동생과 두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갑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10월 술에 취한 입주민이 70대 경비원을 발로 차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해 5월 가해자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24시간 근무한 경비원들이 국회의원 의정 보고회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에 김동철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비원들에게 직접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아파트 경비원 ‘갑질’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하기도 했지만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7년 3월 신설된 공동주택관리법 65조 6항은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 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 이외의 부당한 지시나 명령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만들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