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화제가 된 가운데 평소 클럽을 자주 찾는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누구도 그날 클럽에 있었다’는 루머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이태원 소재 게이클럽인 킹클럽으로 현재 폐쇄돼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박규리 입장에선 상황이 이렇게 돼 버린 게 많이 안타깝겠지만 그 덕분에 한숨 돌린 연예인도 많다. 그 친구는 처음부터 이니셜 기사가 나왔고 결국 실명이 공개돼 본인도 인정하고 사과하는 수순이 이어졌다. 며칠 동안 불거진 루머는 그 이상이었다. 이태원 클럽을 평소 연예인 누가 누가 자주 찾았다느니, 문제의 그날 밤에도 어떤 연예인이 그 클럽에 있었다느니 하는 루머가 연이어 불거졌기 때문이다. 부산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와 클럽 관련 얘기가 불거질 때마다 연예인 관련 루머가 피어오르곤 했는데 박규리로 인해 ‘실제 거기 연예인이 있었다면 이렇게 밝혀진다’는 게 입증돼 괜한 루머에 휘말렸던 연예인들은 한숨 돌렸다.”
용인 66번째 확진자가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했을 당시 그룹 카라 출신 배우 박규리도 같은 클럽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연예계 분위기에 대해 들려준 한 중견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한 명의 실명 공개로 인해 유사한 관련 루머들은 상당 부분 사그라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지만 박규리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분명 곱지 않다. 박규리 측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모두가 지켜야 할 규범을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 깊게 반성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오히려 클럽 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면서 말 바꾸기 논란까지 연결됐다.
박규리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모두가 지켜야 할 규범을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 깊게 반성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사진=영화 ‘각자의 미식’ 홍보 스틸 컷
사실 연예계는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이 터지기 전 부산의 한 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들려온 직후에도 소문이 뜨거웠다. 한 남성 아이돌 가수 A가 그날 그 시간에 확진자가 다녀간 부산 소재 클럽에 있었다는 루머가 나돈 것이다. 개연성은 있었다. 부산 출신인 A가 평소 부산 소재의 클럽에 자주 방문했기 때문이다. 현재 연예계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터라 A가 그즈음 부산에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지만 A를 둘러싼 의혹은 이니셜 기사로도 보도되지 않은 채 금세 사라졌다.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 이런 루머가 확산됐지만 당시 A가 부산이 아닌 서울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밤 늦은 시간 관련 루머가 SNS를 통해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 확산되기 시작해 사실 여부가 어느 정도 가려진 다음 날 오전까지 연예계는 정말 숨가쁘게 돌아갔다. 자칫 그 여파가 연예계 전반으로 휘몰아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울이다. 이태원 게이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태원의 다른 일반 클럽까지 확산됐고 그 여파가 홍대나 강남의 클럽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다. 사실 더 무서운 건 사실과 무관한 루머다. ‘연예인 누구누구도 클럽에 갔다더라’는 내용의 루머부터 게이클럽이라는 특성에서 비롯된 일부 연예인의 성정체성을 둘러싼 루머까지 더해지고 있다.
톱스타급 남자 연예인 B를 둘러싼 루머도 등장했다. 용인 66번 확진자의 이태원 동선 가운데 한 곳인 클럽 형태의 주점을 평소 B가 자주 찾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용인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5월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에 그 업소에 B가 있었다는 루머가 바로 등장했다. 그날은 그 주점에 없었지만 그날을 전후해서는 자주 그곳을 찾았고 또 다른 확진자가 나온 4일, 5일에 이태원에 있었다는 루머도 등장했다. 그렇지만 이태원의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루머는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설명한다.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B가 그 업소를 자주 찾는다는 얘기 정도는 들었다. 그가 단골이라는 이유로 그 업소가 이태원에서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라며 “거기도 게이들이 주로 찾는 주점으로 유명한 까닭에 B의 성정체성을 두고도 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듣기론 B가 그 업소에 발길을 끊은 지 이미 몇 달 됐다고 한다. 최근 상황과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일부 클럽 방문 연예인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관련 루머들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실제로 연예인이 클럽을 방문했다면 구체적인 목격담이나 사진 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클럽을 좋아해 성소수자 관련 루머에 휘말렸고 ‘아마 이번에도 갔을 것’이라는 추측을 기반으로 등장한 루머들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