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50대 A 씨는 39㎡(약 11평)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국민임대주택에 청약을 넣었다. 평생 다가구 주택에서 세를 주고 살아온 A 씨는 작은 면적이지만 2년마다 이사를 하거나, 세를 크게 올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국민임대주택의 입주를 꿈꿨다.
하지만 481세대 공급에 신청자는 1만 5385명에 달했다. 32 대 1의 경쟁률이다. 부양가족이라곤 성인 자녀 1명뿐인 A 씨는 가점에서 밀려 탈락했다. 집 근처에 있는 공사 주거복지센터(현 자산처)를 찾아갔지만 “다음 모집공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언제쯤인지 묻자 “우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17년에 1번, 2018년에 2번, 2019년에 1번, 올해는 아직 국민임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지 않았다. A 씨처럼 한번 떨어지면 평균 1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본지가 공사에 요청해 받은 ‘서울주택도시공사 임대주택 공가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 기준 공가 수는 2580호에 달한다. 공사는 총 22만 3585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있어 공가율은 1.15% 수준이다. 공가란 ‘매입 및 준공 인가를 받은 주택이 입주자 모집공고 후 발생된 미신청 주택 및 입주자가 퇴거한 이후 아직 입주대상자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 공급계획이 수립되지 아니한 주택’을 의미한다. 즉 비어 있지만 공급계획이 있다면 공가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빈집은 이보다 많은 상태다.
서울 강서구의 B 아파트의 경우 1년 이상 비어있는 집도 있었다. 해당 주택은 장기전세주택으로 2019년 7월 모집공고에 나왔지만 현재까지 아무도 입주하지 않았다. 이웃 주민은 “작년 초에 이사 갔으니 1년 넘게 비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C 아파트는 빈집이 두 자릿수에 달한다. 공공임대, 국민임대가 섞여 있는 이 아파트의 입주민은 “동마다 몇 집씩 비어있다고 들었다. 우리 층에도 빈집이 있다”라고 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장기전세주택.
입주 희망자들의 불만은 공가들이 길게는 1년 이상 비어있는데 모집공고는 왜 1년에 한두 번이냐는 점이다. 이들은 “세금으로 지은 주택을 왜 서민에게 공급하지 않고 방치하는지 모르겠다. 공사가 아니라 일반기업이었다면 이렇게 내버려뒀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연 1~2회 정도 국민임대주택 모집공고를 내는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역별, 단지별로 세분화해 임대주택 입주자를 모집한다. 모집공고도 연 1~2회가 아닌 수시 모집 형태를 띠고 있다. 경기도에서만 지난 두 달 사이에 22건의 국민임대 모집공고(추가, 예비포함)가 올라왔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LH의 경우 지역본부 체계가 갖춰져 지역별 모집이 가능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서울 전역을 관리하며 본사에서 공고를 일괄적으로 내는 시스템이다. 예비자 대기일도 LH는 60일, 서울주택도시공사는 1년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 주거복지센터나 지역자산처에서 서울 권역별로 공고를 내고 공가 관리를 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지역에서 그 업무까지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다만 1년 이상 공가도 있다는 지적에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귀담아 듣겠다”고 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민선 6기에서 공공임대주택 8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민선 7기에는 매년 2만 5000호가량 공급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의 지난 임기를 돌이켜보면 서민 주거 안정과 관련한 고민과 공약이 빠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임대주택 입주 희망자들은 공급만큼 중요한 것이 관리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빈집 현황을 상시 공개하고 수시 모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임대주택이 1년 이상 비어있는 건 세금 낭비나 다름없다. 공사가 미온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적극 행정에 나서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