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WTI 선물 ETF 운용과 관련해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석유 채굴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자산운용은 투자자 2명은 지난 4월 27일 KODEX(코덱스) WTI 원유선물(H) ETF 운용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WTI 원유선물 6월물 위주로 구성돼 있었던 ETF에 7·8·9월물을 사전 공지 없이 편입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4월 21일에는 WTI 5월 인도분이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유례없던 마이너스 유가다. 다행히 KODEX, TIGER 모두 5월물을 덜어낸 상태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삼성은 6월물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모두 팔았다. 하지만 4월 23일 6월물 가격은 41.4% 급등했고 KODEX WTI ETF는 겨우 4.3% 반등하는 데 그쳤다.
삼성자산운용은 “6월물 정산가(종가)가 마이너스가 됐다면 거래 중단과 상장 폐지로 손실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었다”며 “적절한 조치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의 편입 변경 직후 WTI 6월물 가격은 이후 급반등했고, ETF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 결과 4월 KODEX WTI는 무려 53% 하락했다.
반면 편입 변경을 하지 않은 TIGER WTI 원유선물(H)는 반등폭을 반영하며 4월 하락률이 9.63%로 제한됐다. 5월 들어 13일까지 삼성 WTI ETF의 반등폭이 30.72%로 미래에셋의 9.19%를 앞서고는 있지만, 올 연초 이후 수익률은 삼성이 -79.82%로 미래에셋의 -65.51%에 크게 뒤진다.
선물 투자에서 6월물보다 7월물이 더 긍정적이라면 가격도 더 높아진다. 이른바 콘탱고(Contango)다. 반대로 7월물이 더 부정적이라면 가격이 더 낮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다. 7월로 가까이 갈수록 가격 차이는 더 좁혀진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감소했지만, 상식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원유 선물시장이 콘탱고 상태로 유지되는 이유다.
특히 ETF 운용은 오차를 줄여 최대한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욕증시에서 근월물 기준 WTI의 올해 등락률은 -57.78%다. 삼성은 6월물이 마이너스로 갈 최악의 상황에 대비를 했다지만, 결국 싼 걸 먼저 팔고 더 비싼 걸 사들여 ETF의 본래 취지를 벗어났을 뿐 아니라 시장보다도 훨씬 못한 성과를 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