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귀국 후 승마인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진=김동선 SNS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2017년 한 술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 전 팀장은 독일로 건너가 말 관련 사업을 하는 동시에 DS그룹을 설립, 독일에서 라운지바 중식당 샤브샤브식당 등 요식업체들을 운영했다. 이때만 해도 일부에서는 김 전 팀장이 한화그룹 승계 작업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관련기사 한화가 3세 김동선, 독일 DS그룹 설립 앞과 뒤).
그러나 김동선 전 팀장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말 관련 사업을 접고 귀국했다. 또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대회를 끝으로 승마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팀장은 지난 2월 미국 주간 승마잡지 ‘CHRONICLE OF THE HORSE’ 인터뷰에서 “이번이 내 마지막 경기고, 이를 끝으로 은퇴할 생각이다. 정말 우승하고 싶었지만 계획한 대로 다 되지는 않았다”며 “앞으로는 승마를 종종 레저로 즐기려고 한다. 또 투자은행가로서 규칙적인 회사원으로 살고 싶다”고 향후 행보를 밝혔다.
김 전 팀장이 언급한 투자은행가는 지금껏 말 관련 사업과 요식업, 건설업 등을 거친 그의 경력에서 찾기 힘든 직업이다. 경영 복귀와 함께 한화그룹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은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회사에 적을 두지 않은 김동선 전 팀장의 일정이나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김 전 팀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면서 일반인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최근까지 김 전 팀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소유의 로열새들승마클럽에서 승마인의 일상을 보내는 모습, 폴로 게임을 연습하는 모습 등 일상을 공유했다.
재계는 김동선 전 팀장의 경영능력 평가와 경영 복귀 연착륙이 그룹 승계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김 전 팀장이 이미 경영 능력을 평가받기도 전에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났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과 복귀 명분도 필요하다.
김 전 팀장이 독일에 세운 DS그룹의 요식 사업은 경영 능력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전 팀장은 귀국하면서도 독일 요식 사업을 접지는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전 팀장이 지난해 귀국할 때부터 경영에 복귀는 해야겠는데 여론 때문에 조심스러워 복귀 시기를 계속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며 “경영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김 전 팀장이 빠른 시일 내에 복귀해야 3세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지만 일감 몰아주기 의혹, 사정당국 제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사진=박정훈 기자
한화그룹은 일찍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간 경영 분야가 나눠졌다. 지분 정리는 안됐지만 삼형제는 사실상 계열분리 체제로 그룹을 운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진작부터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태양광·화학 분야를 맡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계열사를 이끌었으며 삼남 김동선 전 팀장은 한화건설과 호텔앤드리조트 등 건설과 레저를 맡아 왔다.
한화그룹 3세 경영 승계의 핵심은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 에이치솔루션에 있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주)한화 주식 22.6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전반을 장악했다면, 3세들은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결국 오너 3세가 한화그룹 경영권을 이어가려면 에이치솔루션이 덩치를 키워 (주)한화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에이치솔루션이 어떤 식으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고 기업가치를 키워 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느냐에 있다. 사실상 투자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의 자체 매출은 ‘0’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해외투자법인과 한화 계열사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쌓고 있다. 2019년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 한화종합화학 39.16%, 한화토탈 50%, 한화시스템 13.41%, (주)한화 4.2% 등을 갖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으로선 이 중에서도 상장한 한화시스템과 상장 예정인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금융투자업계는 2019년 상장한 한화시스템이 그룹사 물량 확보를 통해 경영환경과 무관하게 실적과 지분가치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한화종합화학은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이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커질 뿐 아니라 배당을 통해 오너 3세의 승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삼형제가 그룹 장악을 위해 국내외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며 승계 여력을 키워온 게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했던 한화S&C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몸집을 키워왔다. 한화S&C가 물적분할을 통해 세운 투자회사가 에이치솔루션이다. 이 때문에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3월 “한화솔루션이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인 김동관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김 부사장의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
김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 역시 특수관계인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한화케미칼이 자회사인 한화큐샐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해 사명을 바꾼 회사다. 한화케미칼은 김 회장의 누나 김영혜 씨 일가가 운영하는 한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지원 혐의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한화케미칼의 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4월 29일 부당지원에 관한 고발조치 등이 포함된 안건이 전원회의(공정위의 법원 역할을 하는 기구)에서 논의됐고, 한화 측 변론 등 자료를 살펴본 뒤 조만간 제재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