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는 드라마 ‘SKY 캐슬’에서 윤세아의 모범생 아들로 출연해 마침 얼굴을 알리던 차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인간수업’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10부작 분량의 오리지널 시리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국내서 류승룡·주지훈·배두나의 ‘킹덤’처럼 스타 배우들을 내세워 오락성 짙은 드라마를 내놓았지만 이번 ‘인간수업’은 여러 면에서 파격 그 자체다. 일단 소재부터 그렇다. 성매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이른바 ‘조건 만남’을 주선해 수수료를 챙기는 10대 청소년들, 이를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또 다른 범죄를 다루고 있다.
극을 이끄는 주연진의 면면도 낯설다. 연기 경력이 전무하거나 거의 없는 신인들로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런데도 반응은 폭발적이다. 10대 성범죄라는 다소 불편한 소재를 바라보는 반응이 엇갈리지만, 그동안 국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전무후무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처음 제목은 ‘극혐’…“파멸로 치닫는 10대”
‘인간수업’은 4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 이후 3주째에 접어든 5월 14일 현재에도 한국 인기 콘텐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주 앞서 4월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주연의 한국 영화 ‘사냥의 시간’이 정상의 자리를 좀처럼 밟지 못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무명의 신인들이 완성한 ‘인간수업’이 얻는 뜨거운 인기가 짐작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신인 박주현은 드라마나 영화 출연 경험이 없는 완전한 신인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인간수업’은 평범한 고교 2학년생인 주인공 오지수가 “학원을 다니면서 SKY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필요한 돈 90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주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등급 우등생인 그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일이 ‘포주’가 아닌 ‘경호업’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들키지 말아야 할 비밀을 동급생인 또 다른 우등생 백규리에게 발각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인간수업’을 두고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라고 예상하거나, 10대 학원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고 평가했다. 해외서 소개된 한국 드라마가 대부분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치중돼 왔지만 ‘인간수업’은 ‘고등학생 포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격적인 작품이란 설명이다. 기존 한국드라마와 다른 ‘미드급 드라마’라는 평가도 따른다.
제작사인 스튜디오329 윤신애 대표는 “‘인간수업’은 10대들이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하고 파멸로 치달아가는 이야기”라며 “그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불편하지만 나쁠 수 있는 현실에 대해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이스크림 모델로 출발해 아역 연기자로 경력을 쌓은 정다빈도 주연을 맡기는 처음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극본 진한새는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 아들
‘인간수업’을 집필한 주인공은 신예 진한새 작가다. 2017년 웹드라마 ‘아이리시 어퍼컷’으로 데뷔한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장편을 내놓았다. 사실상 데뷔작에서 무시무시한 필력을 과시해 단숨에 방송가에서 주목받는 작가로도 도약했다. 관심이 집중된 만큼 그의 특별한 배경도 화제를 더한다. 진한새 작가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드라마로 평가받는 ‘모래시계’와 ‘여명의 눈동자’를 집필한 송지나 작가의 아들이다. 드라마에서 흔하지 않은 ‘모자 작가’가 탄생했다.
진한새 작가는 20대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글쓰기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군복무를 마치고부터 본격적으로 보조 작가로 일하면서 드라마 작업을 익힌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학에서 건축디자인을 전공해 처음부터 작가를 꿈꾼 건 아니지만 드라마 작가와 방송국 교양 프로그램 연출자인 부모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창작의 길로 들어섰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10대의 성범죄 소재는 진한새 작가가 뉴질랜드 유학 당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10대들의 이야기가 실린 신문기사를 접한 게 시작이다. 죄의 본질이 무엇인지 궁금했다는 작가는 직접 목격한 크고 작은 사건을 토대로 ‘인간수업’을 완성했다.
드라마의 처음 제목은 ‘극혐’이었다. 연출을 맡은 김진민 PD는 극단적인 혐오의 뜻보다 윤리적인 지향을 담자고 제안해 제목이 바뀌게 됐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로드 넘버원’ 등을 연출한 MBC 출신 김진민 PD는 ‘인간수업’의 대본을 접한 뒤 “젊은 작가가 무서운 걸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2018년 말부터 촬영 직전인 2019년 초까지 오디션을 진행한 제작진은 주연급 배우 대부분을 신인으로 기용했다. 서민희(정다빈 분)의 남자친구 곽기태 역의 남윤수도 낯선 얼굴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캐스팅 경쟁률 600 대 1
‘인간수업’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주연배우들을 전부 신인으로 기용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오지수 역의 김동희를 비롯해 대담하게 범죄에 동조하는 백규리 역의 박주현,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 마련을 위해 성매매를 벌이는 서민희 역의 정다빈, 그의 남자친구 곽기태 역의 남윤수까지 낯선 얼굴인데도 제 옷을 찾아 입은 듯 탁월한 실력을 과시한다. 이들은 저마다 600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냈다.
김진민 PD와 제작진은 대본에 담긴 생생한 캐릭터를 살아 숨 쉬는 것처럼 화면에 담기 위해 주연진을 전부 신인으로 캐스팅하기로 하고, 2018년 말부터 촬영 직전인 2019년 초까지 오디션을 진행했다. 김동희는 드라마 ‘SKY 캐슬’에서 윤세아의 모범생 아들로 출연해 마침 얼굴을 알리던 차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신인 박주현은 드라마나 영화 출연 경험이 없는 완전한 신인. 아이스크림 모델로 출발해 아역 연기자로 경력을 쌓은 정다빈도 주연을 맡기는 처음이다.
얼얼한 뒷맛을 남기는 ‘인간수업’은 10부작으로 완성한 시즌1이 얻는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시즌2를 향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제작진은 시즌2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리즈 제작에 적극적인 넷플릭스가 성공한 드라마를 가만히 둘 리 없다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