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네이버의 음원 서비스 바이브가 올 상반기 중으로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 VPS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진=일요신문DB
VPS의 주요 내용은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그들이 지불한 요금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이용자들이 지불한 요금의 총합을 전체 재생된 음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대로 저작권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인 ‘비례배분제’를 채택해왔다. 예를 들어 김 아무개 씨가 A 음악을 1회 듣고, 이 아무개 씨가 B 음악을 9회 들었다고 가정한 후 비례배분제로 계산하면 김 씨와 이 씨가 지불한 요금의 총합을 1 대 9의 비율로 나눠서 A 노래와 B 노래의 저작권자에게 각각 배분한다. 하지만 VPS로 계산하면 김 씨는 A 노래만, 이 씨는 B 노래만 들었기에 각 음악 저작권자는 일대일로 수익을 배분받는다.
#네이버 “비주류 음악에 적절한 보상”
지난 4월 21일 이태훈 네이버 뮤직비즈니스 리더는 서울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VPS 방식으로) 음원료를 정산하면 소수 이용자의 반복 재생으로 발생하는 정산료 편중 현상이 사라진다”며 “사재기로 의심되는 노래의 경우에는 정산금이 90% 이상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VPS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을 요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저작권자와 음원사들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며 “VPS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쪽도 있고 반대하는 쪽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VPS를 반대하는 측은 한 명이 음악을 1회 들으나 10회 들으나 같은 돈을 받는데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사용자가 낸 돈이 사용자가 들은 음악에 가야 한다는 취지”라며 “비주류 장르나 인디 아티스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자는 차원도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가 VPS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을 요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네이버 본사 1층 로비. 사진=임준선 기자
#시스템 도입에 업계 논의 필요한 까닭
징수규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네이버와 업계 관계자들이 협의를 해야 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와 음원사들이 협의한 후 징수규정 개정을 신청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네이버도 지난 3월 VPS 도입 발표 당시 “음원사 및 유통사 등 유관 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권리자가 재생 관련 데이터 및 정산액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단체들은 아직까지 진행된 협의가 없다고 밝혔다. 대표적 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아직 VPS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네이버와 공식적으로 협의나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다른 신탁단체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관계자도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며 “네이버와 공식적으로 논의를 한 건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저작권 신탁단체들뿐 아니라 다른 음원사들과도 협의를 해야 한다. 징수규정이 개정되면 다른 음원사들도 해당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징수규정을 개정하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신탁단체와 계약을 맺은 모든 음원사들이 해당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다방면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VPS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관심 끌기 아니냐’ 경쟁사들 관망
카카오의 멜론이나 KT의 지니뮤직 등 다른 음원사들은 대부분 비례배분제를 택하고 있다. VPS는 저작권자들의 수익 배분과 관련한 문제이기에 음원사 수익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 저작권자들이 징수규정 개정을 요청하면 음원사들 입장에서 이를 무시할 수는 없기에 업계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음원사 관계자는 “저작권 신탁단체들과 합의해서 비례배분제를 택했고, 이는 우리가 독단적으로 정한 방식이 아니다”라며 “저작권 신탁단체들이 징수규정 개정을 원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우리도 의견을 제시할 것이고, 현재로서는 다른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다른 음원사 관계자도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업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VPS 도입을 발표한 것을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네이버가 VPS 도입을 발표하면서 바이브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킨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랭키닷컴이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 멜론의 이용자 수가 468만 명, 지니뮤직이 281만 명, SK텔레콤의 플로가 175만 명을 기록했고, 바이브의 이용자 수는 45만 명이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지난 4월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다른 음원사들도 현 정산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건 인식하지만 (VPS 도입이) 특정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이전부터 들어왔고, 앞으로도 협의를 할 예정이라는 정도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