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 갑질에 억울하다며 투신한 경비원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이종현 기자
동네에서는 가해자로 알려진 심 아무개 씨가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A의 매니저로 알려져 있었다. 고인이 된 경비원 최 씨가 일했던 강북구 아파트를 찾은 취재진에게 입주민들이 심 씨를 가수 A의 매니저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애초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입주민 역시 그를 A의 매니저로 알고 있어 연예계 종사자라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을 통해 그 사실을 전달 받은 A의 소속사 대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기사를 통해 그 소식은 알고 있는데 우리 회사 소속 매니저는 아닌 것 같다. A에게도 물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잠시 후 다시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A의 소속사 대표는 “A에게 직접 물어보니 매니저는 아니었다. A는 심 씨를 매니저가 아닌 작곡가라고 하더라”라며 “심 씨가 A의 매니저로 알려진 까닭은 아무래도 몇 년 전 음반작업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진 탓인가 본데 사실 그 부분도 잘못됐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몇 년 전 A가 발매한 음반에 심 씨가 프로듀서로 소개돼 있다. 이에 대해 A의 소속사 대표는 “정식 앨범은 아니고 데모(시연용) 녹음을 했을 뿐인데 심 씨가 A와 협의도 없이 그냥 발매한 것”이라며 “소속사 대표인 나도 모르게 발매된 음반으로 데모 녹음이라 완성도도 떨어진다. 그 당시 A도 상당히 황당해했었다”고 밝혔다.
A 역시 소속사 대표의 연락을 받을 때까지 심 씨가 경비원 갑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 아파트에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A는 바로 심 씨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물어봤다고 한다. 그렇지만 심 씨는 A에게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었다고 한다.
불씨는 엉뚱하게 태진아로 옮겨갔다. SNS 등을 통해 심 씨가 ‘태진아 매니저’라는 루머가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최소한 A는 자신의 앨범을 통해 심 씨와의 관련성이 조금이라도 있고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도 심 씨를 A의 매니저로 잘못 알고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심 씨는 태진아와 이렇다 할 접점조차 없다. 결국 태진아는 공식입장을 통해 “단언컨대 가해자는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고, 우리 회사와는 아무 관련 없는 사람임을 밝혀둔다”고 말했다.
가해자로 알려진 심 씨는 “코뼈 부러진 건 자해일 수 있다. 내가 한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일요신문DB
다빈은 당시 소속사 대표인 심 씨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심 씨는 다빈에게 방송이나 공연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음원 수익도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계약금조차 주지 않았음에도 소속 가수의 의무만 강조했다고 한다.
폭언도 많았다고 한다.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빈은 “그가 ‘나는 조직원이고 너 같은 걸 묻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말을 했었다”며 “경비원분께는 ‘상처가 나지 않게 때리겠다’고 했다던데 내겐 ‘살살 때릴 테니 나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꼴통’ ‘병신’ ‘공황장애 환자’ ‘개천 똥물에 밀겠다’ 등의 협박과 폭언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 씨가 대표라고 알려진 연예기획사에 대해서도 “사업체 등록이 되어 있지만, 사무실이나 홈페이지가 없다”고 말했다.
가수 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은 경비원 갑질 사건과 관련 없다고 부인했던 심 씨. 일요신문과 나눈 문자메시지에서 그는 “코뼈 부러진 건 자해일 수 있다. 내가 한 일은 결코 아니다”라며 “할 말은 변호사에게 한 상황이다. 언론의 건수 올리기 식의 오보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단독] ‘경비원 폭행’ 입주민의 기막힌 주장 “코뼈 부러진 건 자해일 수도”).
서울 강북경찰서는 폭행 등 혐의를 받는 심 씨를 출국금지했으며 곧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