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개설자 문형욱. 사진=연합뉴스
당초 수험생으로 알려졌던 문형욱은 경기도 소재 대학에 다니는 24세 남성이었다. 재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n번방 사건 공론화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다니며 강의를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언론은 문형욱을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대학생이라고 보도했다. 문형욱과 같은 학부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A 씨 역시 13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문형욱에 대해 “평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렇게 설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문형욱이 학교생활을 활발히 하지 않아 그의 존재를 아는 이가 많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A 씨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고 은둔형 인간처럼 보였다. 갓갓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추가 범죄에 대한 걱정만 들었을 뿐,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형욱은 대학 재학 중에도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범행 시작 시기는 2018년 9월이다. 그러나 그는 경찰 조사에서 2015년 7월부터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텔레그램을 사용하기 이전에는 트위터에서 활동했으며, 웹하드와 모바일 앱도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최소 5년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꾸준히 성범죄를 저질러온 셈이다.
범행은 온라인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에서 만난 성명 불상자에게 피해 여성과 성관계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형욱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 아무개 씨(29)는 2018년 12월 대구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남겼다. 당시 피해자는 이 씨에게 “(문형욱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혼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형욱은 2018년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자백을 한 것으로 얼려졌다. 지난해 3월에는 김 아무개 씨(37)가 문형욱에게 직접 성착취물 제작을 의뢰하자 피해자에게 그의 요구를 전달해 영상을 찍도록 협박한 사실도 있었다.
그동안 n번방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온 한 제보자는 5월 14일 “5년 동안 어떠한 죄의식도 없이 50여 명의 피해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성폭행한 것은 연쇄살인과 다름없는 행위다. 특히 자신도 만나본 적 없는 성명 불상자로 하여금 피해자를 만나 강간하도록 지시한 행위를 보면 피해자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 피해자가 성폭행 이후 살해당하는 사례는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문형욱은 얼마 전 학교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문형욱은 지난 2월 휴학했다. 조주빈이 검거된 이후다. 한편 온라인상에서 보여줬던 대담한 모습은 대부분 허풍으로 드러났다. 문형욱과 조주빈은 1월 21일 나눈 대화에서 “나는 경기도에 있지만 경찰은 나를 잡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잡히면 남은 영상을 공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으나 이후 휴대전화를 파기한 정황도 발견됐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