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의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무장형 마린온’ 도입 추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병대 훈련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
2019년 11월 29일 ‘귀신 잡는 해병대’는 날개를 달았다. 해병대 항공 전력이 부활한 까닭이다. 이날 해병대는 해병대 제1항공대대를 출범했다. 1973년 해병대 항공부대가 해군에 통합된 지 48년 만이다. 항공대대 창설은 해병대 항공단 출범의 첫 단추이기도 했다.
2021년 창설이 예정된 해병대 항공단은 상륙기동헬기대대 2개 부대와 상륙공격헬기부대 1개 부대로 구성될 예정이다. 상륙기동헬기대대는 상륙부대다. 적지에 상륙해 지상작전을 펼치기 위한 포석을 놓는 임무를 맡는다. 상륙공격헬기대대는 상륙기동헬기대대가 적지에 상륙할 때 이들을 엄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공격부대다. 상륙공격헬기대대는 상륙이 완료된 뒤에도 공중화력을 지원해 작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해병대는 제1항공대대 상륙기동헬기로 마린온을 낙점했다. 이미 창설된 제1항공대대엔 마린온 18대가 배치됐다. 마린온은 수리온을 해병대 작전 여건에 맞게 개조한 헬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과 해병대를 뜻하는 마린(Marine)을 합쳐 마린온이란 새로운 기종이 탄생했다.
마린온의 최대 순항속도는 시속 265km고, 2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마린온은 7.62mm 기관총 2정을 장착하고 있다. 마린온 1대마다 수송할 수 있는 병력은 ‘1개 분대급’인 9명이다. 해병대는 2023년까지 상륙기동용 마린온 보유 규모를 28대까지 늘릴 전망이다.
이처럼 해병대의 숙원인 ‘항공전력 편성’은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논란이 부상했다. 공격부대인 상륙공격헬기대대 창설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다. 해병대는 상륙공격헬기로도 마린온을 활용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군사 전문가들과 예비역 군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송용으로 개발된 상륙기동용 헬기를 공격형으로 개발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수송용 헬기를 공격용으로 개조하는 것은 육군으로 비유하면 군용트럭을 탱크로 개조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이런 방법이 과연 최선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2016년 안보경영연구원은 두 차례에 걸쳐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도입’과 관련한 선행연구를 한 바 있다. 결론은 국외에서 상륙공격헬기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당시 안보경영연구원은 “KAI가 개발한 다목적 수송헬기 수리온을 상륙기동헬기로 개발한 마린온에 각종 무장과 방탄 기능을 덧붙인 ‘무장형 마린온’보다 ‘바이퍼 공격헬기(미 해병대용)’가 성능도 우수하고 가격도 싸다”는 조사 결과를 냈다.
하지만 2020년 3월 국방기술품질원은 해병대 공격헬기 도입 선행연구를 통해 “‘무장형 마린온’을 도입하는 것이 (외국산 공격헬기를 수입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방기술품질원은 “마린온 해병대의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하고 국내 방위산업 진흥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선행연구 결과는 사실상 해병대 공격헬기로 ‘무장형 마린온’을 도입할 것을 예고하는 조치로 풀이됐다. 기존 상륙기동용 헬기로 알려졌던 마린온에 무장을 더해 공격형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이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해병대전략연구소 관계자는 “국방기술품질원 선행연구 결과엔 해병대의 실질적인 작전 효율성보다 국내 방위산업계의 입장에만 밑줄이 그어진 것 같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무장형 마린온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그 성능이 해병대가 요구하는 전투 능력을 충족할지를 두고 의문부호가 달리기 때문이다. 해병대 전직 고위 관계자는 “마린온을 무장형으로 개조한다고 했을 때 공격형 헬기의 필수 조건인 신속성과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마린온은 미국 등 외국에서 생산한 공격형 헬기보다 기동성에 약점이 있으며, 수송기로 개발된 특성상 피탄 면적(전투 상황에서 적 사격 타깃으로 노출되는 면적)이 넓어 실제 작전에 투입됐을 때 장병들의 안전보장 차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장병들의 생명을 좌우할 만한 사안을 ‘국산품 애용’으로 포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전직 해병대 장성 출신은 “공격헬기는 적 개인화기와 대공화기에 대한 방탄 성능을 갖춰야 한다”면서 “최소 12.7mm에 해당하는 방탄재가 탑재돼야 하는데, 수송용 헬기에 이런 방탄재까지 붙여 놓으면 헬기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작전 기동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병대에게 필요한 것은 무장헬기가 아닌 공격헬기”라면서 “이미 국제 방산업계에선 여러 실전 사례를 바탕으로 ‘기존 헬기를 무장해서 공격헬기로 개량하는 개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도입될 ‘무장형 마린온’에 해병대가 필요로 하는 공대공 미사일 등 무기가 장착될지 여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수리온 기반 공격형 헬기는 무늬만 공격헬기일 뿐 실체는 수송용 무장헬기에 불과하다. 결코 해병대가 필요로 하는 상륙헬기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외에서 성능이 검증된 공격헬기를 값싸게 도입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마린온 무장형’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군 당국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말도 나온다. 한 예비역 해병대 장교는 “구형 슈퍼코브라(AH-1W)를 개량비용 포함 중고로 대당 150억 원에 구매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또 다른 공격헬기인 신형 바이퍼(AH-1Z) 도입에 드는 가격은 대당 350억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리온을 공격헬기로 개조할 경우 도입 가격은 대당 350억~450억 원으로 예상된다”면서 “‘무장형 마린온’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공격형 헬기보다 가격이 비싸다. 더 우려되는 건 ‘무장형 마린온’의 공격형 헬기로서 가치가 외국산보다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예비역 커뮤니티 일각에선 해병대에 대한 처우 논란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육·해·공군 사령관은 대장인데 해병대 사령관만 중장이다 보니 장비 도입을 비롯한 여러 사안에 있어서 해병대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그중 하나다. 한 전직 해병대 관계자는 “육군은 2017년 미국산 아파치 헬기 배치를 마쳤다”면서 “해병대의 경우 공격형 헬기의 필요성이 더욱 크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실은 수송용 헬기를 공격형 헬기로 활용해야 할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병대 슬로건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해병’이라지만 호박을 가져다놓고 수박 맛을 내라고 하는 건 너무하다”며 하소연을 이어갔다. 그는 “군별 사령관 중 계급이 가장 낮은 해병대가 지속적으로 군 내 비주류로 취급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