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단장은 취임 2년차에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현재 롯데 자이언츠는 6승2패로 NC 다이노스에 이어 2위를 내달리는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롯데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개막 후 6연승을 거두고 두산 베어스와의 연장전에서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하는 등 롯데의 초반 상승세는 분명 주목되는 부분이다. 성 단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본다.
―지난해 꼴찌였던 롯데 자이언츠가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장의 시각에도 롯데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감독, 코칭스태프, 일부 선수의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선수들의 마인드인 것 같다. 경기를 지켜보면 우리 선수들이 리드당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그 경기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두산전이 한 예가 되겠다. 이런 부분이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6연승이 중단된 이후 롯데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지도 관심 포인트였다.
“그래서 13일 두산전은 정말 중요했다. 그 경기가 우리 팀의 올 시즌 방향을 결정짓는 부분이었다. 9회말 민병헌 선수의 끝내기 홈런이 나왔을 때는 그냥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더라.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선수들의 에너지가 엄청났다.”
―현 단장으로서 롯데가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지난 일들에 대해 언급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 분명한 것은 그런 힘든 시간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현재가 있는 것이다.”
―스토브리그 동안 일부의 논란을 딛고 야심차게 영입했던 외국인선수 마차도와 스트레일리, FA(자유계약) 안치홍 등이 팀의 중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마차도는 예상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데 이 정도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었나.
“솔직히 마차도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지금과 같은 성적을 예상했다면 더 많은 연봉을 주고 영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격보다 수비에 기대를 했던 선수가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격감도 뛰어나지만 유인구에 속지 않는 게 특히 눈에 띈다. 마차도, 스트레일리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자주 대화하고 식사하는 시간도 갖는 편인데 요즘 마차도는 내게 ‘미스터 GM’이라고 부르며 5년 계약하자고 조른다(웃음).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면 코로나19로 경기에 나가지 못했을 텐데 한국 와서 야구도 하고 인기도 얻는 지금의 생활에 크게 만족해하는 것 같다.”
성민규 단장은 민병헌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한 지난 13일 두산전에 대해 “우리 팀의 올 시즌 방향을 결정짓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가 특히 외국인선수의 적응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아무리 좋은 선수를 데려와도 KBO 리그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 아닌가. 구단 직원들이 외국인선수들의 한국 생활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무엇보다 KBO 리그 경기가 미국 ESPN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어 외국인선수들이 갖는 자부심도 큰 것 같다. 안전한 환경에서 대우받고 야구할 수 있는 생활에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재미있는 것은 이전에 내가 스카우트하려다 놓친 선수들이 지금 연락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혹시 이전 성 단장의 선수생활 경험이 외국인선수들을 돕는 데 반영되고 있는 것 아닌가.
“맞다. 내가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선수 생활하며 느꼈던 경험들이 외국인선수들을 돕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아파트 얻는 부분, 은행 계좌 개설하는 것, 휴대폰 개통 등 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이 외국 선수들한테 어려운 것들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디테일에 강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커룸에 에스프레소 커피머신과 캡슐커피, 제빙기를 마련했다. 오늘 가서 확인해보니 그 옆에 종이컵이 놓여 있더라. 아이스커피를 마시는데 적어도 플라스틱 컵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식으로 디테일한 면에 신경 쓰는 편이다.”
―코로나19로 개막이 지연된 부분이 선수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사실 우리는 다른 팀보다 물음표가 많은 편이었다. 그런 물음표를 자체 청백전이나 연습경기를 통해 조금씩 지워갔다고 본다.”
―개막 6연승을 내달릴 때 솔직한 심정은?
“‘아직 6경기밖에 안했다’ ‘설레발은 금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단장으로 취임했을 때의 기사들과 댓글을 읽는다. 연승이 기분 좋긴 해도 그 기분에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계속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니까.”
―어느 팀의 단장보다 미디어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뷰 요청도 많은 편이고. 그로 인해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릴 때도 있다.
“인터뷰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데 성적의 좋고 나쁨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 같다. 나는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연패해서 욕먹어야 한다면 그 또한 받아들이면 된다. 영화 ‘머니볼’을 지금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고 있는데 트레이드는 많이 하면 할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스카우트는 단 한 명도 스카우트하지 않는 사람이다. 즉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스카우트를 해야 발전이 있다. 남들의 평가와 편견을 두려워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 많이 한다고 욕먹어야 한다면 먹으면 된다.”
―올 시즌 사직구장 전광판에 낯선 숫자가 등장했다. 이전까지는 선수의 타율이 기록됐다면 올 시즌부터는 타자들의 OPS(출루율+장타율)가 올라온다.
“타자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항상 타율이다. 3할을 치느냐 못 치느냐로 선수에 대해 평가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맷 채프먼을 예로 들겠다. 그 선수가 타율 2할 6푼을 칠 때 공격 생산 능력은 팀 내 1등이었다. 타율이 2할 6푼이어도 출루율이 3할 5푼에 장타율이 높으면 팀에 도움이 된다. 타율이 엄청 좋은데 출루율이 낮거나 타율이 뛰어나도 장타율이 낮은 선수보다 OPS가 높은 선수가 결국에는 팀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전광판 아이디어는 내 의견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아이디어였다.”
―팀의 미래인 2군 선수들에게 신선한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연습경기 성적을 평가해 고과에 반영했는데 그 항목이 흥미로웠다. 타자들의 경우 낮은 삼진 비율, 높은 볼넷 비율을, 투수는 FIP(수비무관자책)와 높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낮은 볼넷 비율을 기준으로 연봉 인상을 약속했다.
“수십 번의 말보다 정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선수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 과정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이런저런 타격폼을 알려주기보다는 타격의 목표를 설정해주고 선수들이 방법을 찾아가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포수인 나종덕의 투수 만들기는 성 단장의 작품인가.
“그렇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나종덕은 원래 투수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의 투수 수업이 완전한 투수 전향을 위한 게 아니라 앞으로 포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나종덕은 수비가 뛰어난 선수였다. 그러다 공격에 문제가 생기면서 수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 처했다. 잠시 포수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고 투수 수업을 쌓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싶었다. LA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인 켄리 잰슨도 원래 포수 출신 아닌가. 지금이 아닌 미래를 보고 투수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이다.”
―퓨처스리그 경기를 빠트리지 않고 현장에서 챙긴다고 들었다. 2군 경기를 ‘직관’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텐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싶었다. 구단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2군이 잘 돼야 롯데가 강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강팀이 되는 여러 조건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스카우팅과 육성이다. 그게 팀의 ‘척추’가 된다. 단장이라면 2군의 성장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성민규 단장은 롯데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어려운 시기도 있겠지만 그 또한 감당해 가야 할 일.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KBO 리그 최연소 단장의 행보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