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는 LG 유니폼을 입으며 ‘본업’ 2루수로 돌아왔다. 사진=연합뉴스
정근우는 현재 정주현과 2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근우가 선발이면 정주현이 교체로 들어가고, 정주현이 선발이면 정근우는 오른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다. 산전수전공중전까지 치른 정근우는 자리 욕심을 내지 않는다. 자신이 주전으로 나가든 안 나가든 팀 승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정주현도 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5월 14일 잠실 SK전 선발 2루수는 정주현이었다. 정근우는 경기 내내 벤치에서 대기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마침내 9회말 정주현의 타석에 정근우가 대타로 등장했다.
정주현은 이날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타격감을 과시했지만 류중일 감독은 승부처에서 베테랑의 경험을 믿었다. 류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정근우가 김주온의 초구를 노려 우중간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것이다. 정근우의 끝내기 결승타 덕분에 LG는 18년 만에 SK를 상대로 3연전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30대 중반 이후 ‘에이징 커브’라는 이유로 2루수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던 정근우에게 LG 트윈스는 ‘기회의 땅’이다.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것이 아니라 후배와 동등한 경쟁을 통해 기회를 얻는 과정은 야구를 새롭게 접하게 만든다.
LG 유니폼을 입고 개막전 2루수로 나와 3회 초 두산 박건우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좋은 수비를 보여준 그는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걸 그라운드에서 증명해냈다. 당시 정근우에게 ‘축하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더니 그는 ‘야구가 다시 재미있어졌다’며 웃음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