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설계사 발언 중 논란이 된 건 ‘유니버셜 종신보험은 5년 납입 후 15년을 쉬고 다시 5년을 납입하고 15년을 쉬는 방식으로 보험 유지가 가능하다’는 발언이다. 먼저 유니버셜 종신보험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한다는 부분에서는 정기보험과 같지만, 일정 기간만 보장해주는 정기보험과 달리 종신보험은 만기가 없어서 보험료가 정기보험에 비해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앞에 유니버셜이란 명칭이 들어가 있다면 보험료를 한동안 내지 않아도 실효(효력을 잃는 것)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보험은 2회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실효되는 경우가 있다. 유니버셜은 잠시 보험료 납입을 멈추는 것 외에도 만기 이전 보험료 일부를 빼서 사용할 수 있다.
A 설계사는 유니버셜의 특징인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5년만 납입하면 15년을 쉬어도 된다’고 표현한다. A 설계사에게 가입한 고객들 가운데 일부는 ‘5년 납입 후 15년 쉬고 자식이 장성했을 때 자식에게 보험료를 납입하라고 하면 된다’는 식으로 영업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A 설계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보험료를 중단했다가 다시 납입해도 보험료는 오르지 않는다”며 “만약 오른다면 보험들이 약관을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면 한 번에 20년, 혹은 10년 동안 계속 납입하기 때문에 보통 알 필요가 없는 이야기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갔을 때 아주 어린 경우가 아니면 5년을 납입한 뒤 15년을 쉰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니버셜 종신보험에서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면 계약자적립금(혹은 해지환급금)에서 차감돼 계약이 유지된다. 이때 매월 차감되는 금액을 ‘월대체공제액’이라고 한다. 15년 정도 쉬면 15년이 다 되기 전 월대체공제액이 최초 5년 납입한 금액을 모두 차감하기 때문에 계약이 존속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셜 종신보험의 경우 월 납입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해지환급금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종신보험 가입설계서 캡처
보험 관련 유튜브를 운영하는 B 설계사도 이 같은 주장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보험회사 등에서 직원들에게 보험 상품을 강의하는 일을 맡아 왔다고 한다. B 설계사는 “월대체공제액에 포함된 위험보험료는 자연보험료 방식이다. 자연보험료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위험보험액도 증가하는 방식이다. 납입중지가 장기화되면, 위험보험료 상승에 따라 월대체공제액이 계속 올라 미리 냈던 보험금(적립금)이 급격히 고갈된다.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몇 년 쉬게 되면 찾을 수 있는 환급금도 거의 없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납입을 15년 쉴 경우 80세를 넘어가게 되면 위험보험료는 매월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A 설계사의 자필서명 미이행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A 설계사가 보험 계약을 할 때 고객에게 A4용지에 이름과 사인을 사진 찍어 보내 달라 하고, 이를 A 설계사가 따라 그린다. 나중에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직접 서명했다고 말하라는 내용을 유튜브에서 방송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아무개 보험설계사는 “보험업법 97조를 보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로부터 자필서명을 받지 아니하고 서명을 대신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서명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A 설계사는 자필 서명을 받는 다른 동료들을 비웃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더군다나 최근 금감원에 제기된 A 설계사 관련 민원은 20건이 넘는다고 한다. 자필서명 미이행 문제가 몇 건이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A 설계사는 “서명을 누가 했는지가 중요한가. 내가 가입하고 싶어서 의사를 전달해 남이 서명을 비슷하게 해준다면 보험회사에서도 다른 사람이 서명했는지 알 수 없다. 결국 내 의사대로 보험에 가입한 건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면서 “만약 문제가 되더라도 보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3개월이 지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계약한 지 몇 년이나 지나서 해지할 수도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 또한 극히 일부 계약 건에 해당하는데 몇몇 유튜버들이 대다수 계약에서 내가 고객 대신 서명한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가 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서명이 중요하지 않지만 내가 다른 사람 명의를 가입시켜 줄 때는 서명이 중요하다. 또한 보험 효력에 관련될 수도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보험사가 사고가 났을 때 자필 서명인지 여부 때문에 효력에 시비 걸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은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럼에도 자필 서명이 아니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일반적으로 설계사와 고객이 사이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사이가 틀어졌을 때는 이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은 삶에 큰 영향이 있는 만큼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된 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유튜브 특성상 발언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발언 가운데 실수가 있다면, 실수는 인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또 누군가 실수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면 ‘역시 보험은 믿을 수 없다’는 이미지만 덧칠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업계 차원에서 지나치게 서로를 공격하는 발언은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