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한산해진 이태원 클럽거리. 사진=박정훈 기자
#“개인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
경기도 용인의 66번 확진자가 5월 2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몇몇 클럽을 방문한 직후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촉발한 악영향은 심각하다. 학교가 등교개학을 연기했고 기업은 재택근무를 연장했다. 대중문화계 역시 위축되긴 마찬가지다. 3개월째 미뤄왔던 한국 영화들이 5월 말부터 속속 개봉을 준비했지만 다시 집단감염이 고개를 들면서 부랴부랴 6월로 공개 시기를 연기하는 후폭풍까지 겪어야 했다.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여론의 화살은 문제의 시기에 이태원 클럽이나 유흥주점을 찾은 유명 연예인들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4월 말 이태원 유흥주점과 식당을 방문한 아이돌 스타들이 있다’는 목격담이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흘러나왔다.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도 등장했지만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추측에 머물렀다. 이에 ‘이태원 아이돌’로 지목된 스타들의 소속사 역시 약속이나 한 듯 “아티스트의 개인 일정이라 알지 못한다”는 답을 내놓으면서 관련 의혹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 국민이 예의주시하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문제에 ‘개인 생활’을 이유로 입을 닫은 소속사의 안일한 대처가 오히려 논란을 자초한 꼴이 되고 있다.
소문만 무성하던 ‘이태원 아이돌’은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을 비롯해 아스트로의 차은우, NCT의 재현, 세븐틴의 민규로 밝혀졌다. 1997년생 동갑 친구인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던 4월 25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태원의 유흥주점과 식당을 찾은 사실이 5월 18일 드러났다. 이전까지 관련 의혹에 답을 내놓지 않았던 이들은 실명이 공개된 뒤에야 “방역당국의 지침을 어긴 행동을 반성한다”고 일제히 사과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엄중함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아티스트의 사생활 보호를 더 앞세웠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미숙한 대처를 인정했다. 민규의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역시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본인의 잘못된 행동을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차은우와 재현의 소속사인 판타지오와 SM엔터테인먼트도 부적절한 행동이었음을 인정했다. 다만 이들은 집단감염이 촉발된 이태원의 클럽에는 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고, 진단 검사에 응해 전부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BTS 정국 문화훈장 회수 촉구 청원까지
아이돌 스타들의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분노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확산된 코로나19가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집단감염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19일에는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수술실 일부가 긴급 폐쇄되는 등 위기감은 여전히 팽배하다.
이태원 방문 아이돌 스타들이 논란을 키우는 부분은 더 있다. 몇몇은 음성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방송 활동을 소화하면서 감염 확산의 가능성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태원 방문자들을 통한 2차, 3차 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2주간 자가 격리 등 방침에 따르지 않은 안일한 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방문 사실을 숨기면서 감염 확산의 가능성을 높인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하차 요구가 빗발치자 차은우와 재현은 자필 사과문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차은우는 “아직도 많은 의료진과 국민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고 ‘덕분에 챌린지’에도 참여했던 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못하고 안일하게 지인들과 모임을 가진 것에 깊이 반성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사진=아스트로 공식 트위터
악화된 여론은 이들이 출연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 하차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재현이 MC를 맡고 있는 SBS ‘인기가요’와 차은우가 출연하는 SBS ‘집사부일체’ 게시판 등에는 누리꾼의 분노 섞인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힐링 예능을 표방하는 ‘집사부일체’의 성격과 차은우의 행동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하차 요구가 빗발치자 차은우와 재현은 자필 사과문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차은우는 5월 19일 SNS에 자필편지를 공개하고 “아직도 많은 의료진과 국민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고 ‘덕분에 챌린지’에도 참여했던 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못하고 안일하게 지인들과 모임을 가진 것에 깊이 반성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재현 역시 SNS에 자필로 사과문을 올리고 “앞으로 행동 하나하나 신중히 생각하고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이 전환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5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지어 정국이 2018년 9월 방탄소년단으로 받은 화관문화훈장을 회수해 달라는 청원까지 게시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름값 때문인지 방탄소년단의 정국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다. 5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국이 2018년 9월 방탄소년단으로 받은 화관문화훈장을 회수해 달라는 청원까지 게시됐다. 청원자는 정국의 행동은 지금껏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국민과 의료진의 노력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하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원 게시 이틀째인 19일 오후 현재 5000여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