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호텔 관계자는 “3~4월은 객실 점유율을 논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기존에 들어온 예약까지 다 빠져서 일단위로는 마이너스(-) 70~80%를 기록했다. 예약이 10건이면 취소가 100건인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해외 항공편이 대부분 올스톱한 4월부터 기약 없는 셧다운을 감행한 곳도 상당수다. 로얄호텔, 세종호텔 등 나름 전통 있는 중급 호텔들은 물론 대형 여행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호텔의 명동·충무로 지점과 글로벌 프랜차이즈 호텔의 비즈니스 계열 등도 마찬가지다.
주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외국인 여행객으로 객실을 채우던 명동, 시청, 동대문 등 서울 한복판 호텔들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1월의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유치 인원은 전년 동월 대비 약 30% 증가한 23만 7000여 명이었다. 지역별로는 일본 5만 4156명(36.2%), 중국 2만 9908명(20.0%), 대만 2만 8182명(18.8%), 홍콩 9848명(6.6%), 베트남 7059명(4.7%) 순이다. 중국과 대만, 홍콩을 중화권으로 봤을 때 중화권 수요가 약 45%, 일본 수요가 36%로 중국과 일본의 수요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한국에 입국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돌아갔던 서울 중심가 호텔들이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고전할 수밖에 없다.
호텔업계 영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구 특급호텔의 4~5월 객실 점유율이 10%대다. 명동권 비즈니스호텔은 5%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그나마 내국인으로 객실이 조금이라도 차는 곳들은 돌아가면서 휴직을 하거나 주 3일제를 시행하며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던 서울 시내 관광호텔이나 비즈니스급 호텔의 운영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나마 임대료 부담이 없거나 덜한 곳들은 버티는 형편이지만 건물을 임대해 위탁 운영하는 호텔들은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휘청거리고 있다.
특급호텔은 그나마 버틸 만한 수준은 유지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시점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특급호텔들의 점유율은 아주 바닥을 치지는 않았다. 호텔에 따라 20~30%에서 30~40%의 점유율은 유지했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외국에 못 나가는 대신 머무는 경우도 있었고, 반값 할인이나 객실 1+1 등 평소보다 할인 폭이 큰 틈을 타고 호캉스족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경기·강원·제주 등 국내 여행업은 반사이익
비즈니스호텔에 비해 위락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대기업 운영 특급호텔이나 글로벌 프랜차이즈 호텔들은 반값 할인이나 객실 1+1 등 평소보다 큰 할인폭을 내세워 내국인 호캉스족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인터콘티넨탈 호텔 홈페이지 캡처
국내 전문 테마 여행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19에도 당분간은 비교적 안전이 보장되는 국내 여행이 새로운 호황을 맞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업체들도 국내 여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해외여행 중심이었던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들도 서둘러 내수시장으로 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항공·숙박·현지투어 등 해외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운영했던 스타트업들도 앞다퉈 국내여행 상품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숙박 예약 플랫폼 관계자는 “지금은 해외여행 콘셉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국내전용 상품으로 전환하는 곳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별 여행이 확산됨에 따라 해외 현지투어 예약 플랫폼으로 인기를 누렸던 마이리얼트립, 와그, 클룩, 케이케이데이 등도 최근 국내 콘텐츠 위주로 상품을 재배열하고 있다. 반면 해외여행 정보와 상품으로만 플랫폼을 운영했던 트리플이나 트립스토어 등은 국내 여행 정보와 상품 갖추기에 애쓰고 있지만 수익모델이 해외에 집중돼 있어 당황하는 모양새다.
#온라인 여행예약플랫폼들, 국내여행상품으로 전환
숙소 가격비교 검색엔진 올스테이 관계자는 “인기 있는 검색어를 기준으로 대략적인 고객들의 여행지 검색 트렌드를 추정할 수 있다”며 “검색창에서도 해외지명 검색이 확연하게 줄었다. 코로나 이후 해외 주요 도시의 검색이 전체 검색어 순위 상위 톱10에서 모두 사라졌다. 일본과 홍콩은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으며 다낭, 방콕, 타이베이, 괌 등의 도시 검색도 평균 70%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가 극심했던 1~3월은 국내 주요도시의 검색도 전반적으로는 전년 대비 감소 추세였지만 4월부터 강릉, 가평, 속초, 전주, 강화 등의 도시 중심으로 검색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 기준 근거리 지역이 강세를 보였다. 가평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도 전년대비 평균 77% 이상 검색량이 증가했고 KTX로 접근성이 개선된 강릉, 속초도 4월 기준 검색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 예약 업체들은 모든 기능을 국내 검색에 최적화되도록 전환하고 있는 분위기다.
검색창에서도 해외지명 검색이 확연하게 줄었다. 코로나 이후 해외 주요도시의 검색이 전체 검색어 순위 상위 톱 10에서 모두 사라졌다. 대신 가평, 강릉, 속초 등 국내 도시의 검색이 늘었다. 사진=네이버 검색차트 캡처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한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 관계자 역시 “확실히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국내여행, 특히 숙박을 다루는 업체 중심으로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해외여행의 몰락이 국내 여행업계에는 확실한 반사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숙박 예약이 늘면서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국내를 중심으로 운영됐던 숙박 예약 검색 시스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놀자는 “5월 황금연휴를 기준으로 지난해 연휴 대비 국내 여행은 48.9% 증가, 해외여행은 90.3%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독채형 숙소가 많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용이한 펜션 이용 건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야놀자 데이터에 따르면 지역별 선호도는 18.2%의 경기도가 가장 높았고 지난해 5위였던 강원도는 9.5%의 예약율을 보이며 3위로 올라섰다.
이러한 양상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강원도 평창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속 거리두기가 초반에는 관광시장을 위축시키는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이 호전될수록 보상심리에 의한 여행소비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여행 관련 재단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당분간은 다시 2800만 명이 해외로 쏟아져 나갈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여행의 맛’을 본 국민들은 어디로든 가려고 할 테고 그 수요가 국내로 전환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