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le of toddler: 114x38cm Acrylic on canvas 2019
예술은 구체적인 것을 우리에게 주지는 못한다. 감각에 호소하지만 물질적 충족감은 아니다. 그러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정신적 양식이다. 예술이 인류에게 꼭 필요한 존재의 이유일 게다. 그래서 예술의 역사는 인류의 세월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예술은 감각을 통해 인간의 정신세계를 깊고도 넓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정신적 교감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장착하게 되었다.
예술은 상상력을 키워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는 데 앞장서왔고, 대중을 선동해 정치의 도구가 되기도 했지만, 교육적 기능으로 무지의 어두움을 몰아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상당 기간 종교적 상징으로 경배의 대상으로 대접받았고, 주술적 기능을 담당해 정신적 위안을 주기도 했다. 인간의 치장 요구를 충족하는 장식적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했는가 하면, 근대 이후에는 돈을 대신하는 확실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one-day: 60x40cm Mixed materials on canvas 2018
이 중 장식품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가장 설득력을 가졌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미술의 장식적 기능은 유효하다. 인간의 원초적 시각 욕구인 아름다움을 다독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치유의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 가장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는 분야는 음악이다. 음악 치료는 이미 의학의 한 분야를 담당할 정도로 많은 임상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20세기 중반 들어서는 미술치료가 확실한 정신 영역의 치유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에 이르러 미술치료에 관심이 높아졌고, 미술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이순 작가의 회화가 주목을 끄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나온다. 작가로서의 뜻을 굳힌 것도 치유로서의 미술 역할에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Memento mori-푸른빛Ⅱ: 110x90cm Acylic, led, light box 2019
그는 회화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술 치료 효과를 연구했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실증적 진실에 접근하는 성과를 내면서 회화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했지만, 자신의 미학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모티브로 선인장을 선택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선인장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내적으로 숙성시켜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모양이나 색채가 다양하고, 꽃도 신비롭고 아름답지요. 선인장의 생태적 특성에서 마음 치유의 은유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그림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선인장과의 만남이 큰 도움이 되었지요. 그래서 저 자신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의 선인장 그림은 보편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의 마음 치유 의지가 전달되고 있다.
전준엽 화가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