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집중된 법사위의 경우 민주당에서 예상보다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았다. 3월 4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현재 국회 내 상임위는 국회운영위, 법제사법위, 정무위, 기획재정위, 교육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행정안전위, 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예산결산특별위 등 18개다.
여야는 희망 상임위 신청과 배분 작업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선자 177명을 대상으로 5월 15일까지 각각 희망하는 상임위 1~3순위 신청을 접수 받았다.
상임위원장 자리는 통상 각 당의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20대 국회 후반기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이 운영·정무·기재·과방·행안·문체·정보·국방·여가위 등 9곳의 상임위원장을 맡았고, 통합당은 법제사법·교육·외통·산자중기·보건·환노·국토교통·예결위원장 등 8곳을, 민생당이 1개 자리(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를 차지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177석의 슈퍼여당이 되면서 2~3곳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통합당이 이를 뺏기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아 갈등이 예상된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는 법사위원장이다. 지금까지의 관례상 제1야당 다선 의원이 맡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코로나19 극복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 야당의 발목잡기에 시간을 끌 수 없다며 이번엔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겠다고 주장한다. 통합당은 의석수가 103석으로 줄어 법사위까지 내줄 경우 여당 견제카드가 없다며 ‘절대 사수’를 외치는 상황이다(관련기사 ‘여야 바뀌면 꼭 공수도…’ 법사위 권한 축소 공방전 비사).
법사위원장 후보로 통합당 4선 김기현 권영세 당선자, 3선 김도읍 장제원 의원이 거론된다. 하지만 권영세 당선자는 지난 15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전에도 법사위에 배정돼 활동한 적 없다. 이번에 법사위에 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적으로 주요 상임위는 선수와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배분이 이뤄진다. 21대 국회에서 당선자들이 선호하는 1순위는 국토교통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지역구에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유치해 지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20대 국회 하반기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 30명 중 17명이 4·15 총선에서 당선돼, 상임위 중 가장 높은 당선율을 보였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5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당선자들의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신청 현황을 보고했는데, 177명 중 49명이 국토위에 몰렸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토위 위원 30명 중 민주당 의원이 13명이다. 21대 국회에선 15명 이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셈이다.
다음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많이 써낸 상임위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였다. 산자위도 산하기관이 많아 후원금 모집에 유리하고, 지역구 민원 및 예산 챙기기가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소관하는 정무위나, 코로나19로 관심이 급증한 보건복지위도 당선자들의 신청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두 상임위는 쟁점 법안이 많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보인다.
반면 국방위는 단 1명의 당선자만 지원해 ‘쏠림 현상’ 지적이 나온다. 이에 민주당은 비인기 상임위에 지원하는 당선자들을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월 1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회동하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관심이 집중된 법사위의 경우 민주당에서 예상보다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법원행정처 폐지 등 검찰·사법개혁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총괄할 법사위에 지원자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민주당 법조인 출신 당선자 총 30명 중 초선 의원이 17명으로 높다는 점도 법사위 경쟁률이 높을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초선 의원들이 대체로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 상임위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법조인들도 지역민들에 지지를 얻기 위해선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쉬운 인기 상임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법사위 지원자가 경쟁률이 1 대 1 이상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 구성 18명 중 민주당 의원은 8명이었다.
민주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재선 중에는 백혜련 송기헌 의원이 법사위를 다시 지원한 걸로 안다. 초선에서는 김남국 최기상 김용민 소병철 등이 지원했다고 알고 있다”며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금태섭 조응천 등 당의 의견과 다른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의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면면을 보면 친조국·친문 인사들이다. 법사위가 일방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운하 당선자도 일요신문 인터뷰를 통해 법사위에 지원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인터뷰] 황운하 당선자 “검찰은 오만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라”).
초선 의원이 151명으로 절반이 넘는 만큼, 이들의 상임위 배분도 21대 국회 전체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경선 공약으로 초선의 상임위 우선 분배를 내걸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초선 의원들 위주로 배분이 이뤄지고 나면, 중진이나 원내 지도부는 국방위 등 비인기 상임위로 가지 않겠느냐”고 점쳤다.
미래통합당은 20일 현재까지 신청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당 관계자는 “아직 신청을 받지 않고 있어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지원 현황이 민주당과 큰 차이는 없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