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원에 비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직원들은 사내 복지가 부족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회사 규모도 작을 뿐더러 직원 수도 적어 복지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등장한 회사가 중소기업복지지원단(중기단)이다.
토닥토닥 e복지를 내놓았던 중기단이 소속 영업사원들의 고소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중기단 페이스북 캡처
2018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중기단은 사람들에게 고용노동부 인가단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고 한다. 중기단 전 사업부장 가운데 한 명은 “중소기업이 직원 1명당 1년에 20만 원을 내면, 60만 원을 고용노동부에서 매칭해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인원 1인당 최소 80만 원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최대 290만 원 상당의 복지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면서 “중기단을 운영한 이현호 한국기업복지 대표가 ‘문재인 정부 기조가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있기 때문에 나온 정책’이라며 그럴듯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중기단이 제공하는 서비스인 ‘토닥토닥e복지’를 써본 사람에 의하면 20만 원 치고는 구성이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단 20만 원 안에 건강검진권이 포함됐기 때문에 이것만 써도 나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여기에 빵집, 카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줬기 때문에 잘만 찾아 쓰면 쓴 비용 이상을 찾을 수도 있었다.
이현호 대표에게 설명을 듣고 e복지를 접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다른 사람들을 가입시켜 일정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중기단 영업사원이 된 경우도 많다. 중기단은 영업사원을 지원팀장, 이들을 관리하는 직책을 사업부장이라고 지칭했다. 지원팀장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비 300만 원에 부가세까지 330만 원, 사업부장은 교육비에 부가세까지 모두 2200만 원을 중기단에 내야 했다. 중기단은 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기업복지지도사 1급 자격증을 부여했다.
330만 원을 내고 지원팀장이 되면 중기단에서 복지상담 신청업체 리스트를 제공하는 등 관리를 해준다고 했다. 관리 없이 혼자서 하겠다는 사람들은 165만 원을 받고 지원팀장 명함을 줬다. 이들은 직원 10명인 회사를 1명당 20만 원인 e복지에 가입시키면 그 보상으로 명당 1만 5000원에서 2만 5000원을 챙길 수 있었다. 10명 회사를 가입시키면 최소 15만 원을 버는 셈이다.
여기에 사업부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지원팀장이 e복지에 상담기업을 가입시키면 한 명당 1만 원을 추가로 받는다. 사업부장 본인이 가입시키면 1인당 2만 5000원을 받을 수 있다. 즉, 2200만 원을 내고 사업부장이 되면 가입 시 추가금을 받을 수 있고 지원팀장이 버는 돈 일부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지원팀장으로 영업을 다니다 보니 교육비 330만 원을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규모가 있는 기업은 자사 복지정책이 있고 규모가 영세하면 사내 복지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165명은 가입시켜야 교육비를 챙길 수 있는 구조인데 가입 실적이 저조하자 이현호 대표는 “서비스가 좋기 때문에 한 번 가입시킨 사람은 내년에도 갱신한다. 그럼 그때 또 돈을 챙길 수 있다”고 설득했다.
중기단이 영업사원에게 제공한 명함을 보면 고용노동부 마크와 인가번호를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운영된 중기단은 지난해 이후 e복지보다는 영업사원 모집에 더 열을 올리게 된다. 중기단의 한 사업부장은 “중기단에서 몇 명 이하 지원팀장을 모집 못하면 사업부장 직책을 박탈하겠다며 강하게 모집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기단 관계자는 “복지몰에 회원을 가입시키면 1명당 22만 원밖에 안되고 이 사람들이 그만큼 돈을 쓰지만, 사업부장은 2200만 원, 지원팀장은 330만 원이 바로 수금되니까 영업사원 모집이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해 11월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때때로 e복지가 신규 업체 입점, 서버 점검 등을 예고하며 하루이틀 닫혀있던 적은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에는 미리 예고를 했다고 하지만 2주일이 넘도록 서버가 열리지 않으면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몇몇 지원팀장 등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중기단을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인가해줬다는 고유번호를 확인해보니 중기단과 무관한 업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앞서의 사업부장은 “교육을 받을 때는 고용노동부 마크와 인가 번호를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지나갔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전혀 다른 업체로 나온 인가 번호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이들은 중기단 측에서 서버가 닫혀 있는 상황을 해명한 내용 또한 거짓이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중기단 측은 ‘현재 전산장애’라고 공지했지만 서비스 제공업체 담당자는 “대금결제가 되질 않아 제공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중기단에 대금결제를 받지 못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했고 서비스는 더 이상 진행이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자격증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됐다. 최초 이현호 대표는 교육비를 받으며 제공한 기업복지지도사 자격증을 공인자격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지원팀장이 자격증 발급업체에게 직접 확인하니 “기업복지지도사 자격증은 공인자격증이 아닌 민간자격증이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사업부장과 지원팀장, 그리고 관련 업체들은 2월 이현호 대표 등을 세금탈루, 사기죄, 자격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게 된다. 이들은 피해액이 25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요신문이 만난 사업부장 등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가장 괴롭다며 하소연했다. 이들은 “지원팀장으로 뽑은 사람들, e복지에 가입시킨 중소기업 업체들이 고소하겠다고 화살을 돌리고 있어 괴롭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일요신문은 이현호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다만 이 대표는 사내 게시판에 “회사가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고객사에서 지원팀장들께 연락이 가게 해 죄송하다”며 “당사로 인해 유발된 많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이 같은 답변에 대다수 지원팀장은 “매출이 줄어들어서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다. 시작부터 문제였다. 서비스 공급재개는 불가능하지만 노력하겠다고만 하는데 도대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지원팀장 등의 고소로 이현호 대표 등 중기단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