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정상화를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또 다른 경쟁자의 등장으로 전망은 좋지 않다는 평이다. 사진=연합뉴스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케이뱅크 최대주주에 올라서기 어렵게 되자 자회사인 비씨(BC)카드를 통해 우회 증자에 나섰다. 비씨카드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고, KT가 비씨카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케이뱅크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비씨카드는 지난 4월 17일, KT가 보유하고 있는 케이뱅크 주식 2231만 주(10%)를 363억 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비씨카드는 케이뱅크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비씨카드는 금융위원회(금융위)에 케이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위 심사는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씨카드는 케이뱅크가 추진하는 594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34%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4월 대출 중단 이후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던 케이뱅크는 일단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식물은행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케이뱅크는 2017년 설립된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선점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1분기 케이뱅크는 240억 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1분기에도 241억 원의 손실이 났다.
금융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케이뱅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실제로 경쟁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다졌다. 2019년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수는 1154만 명으로 케이뱅크의 10배에 달한다.
제3호 인터넷은행 토스(Toss)도 2021년 출범을 앞두고 있다. 토스의 주 고객은 10~30대 젊은층이다. 당장 자금 동원력이 높은 고객층은 아니지만 이들의 생애주기상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토스의 경쟁력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토스는 증권업과 결제업까지 진출하며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KT는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뱅크가 꼭 필요하다. IT 기반 금융서비스를 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업을 발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사활을 걸었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사별로 가지고 있는 고객의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뜻한다.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금융업계와 IT업계 경쟁이 치열한데, 인터넷은행을 가진 KT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주주사를 설득하고 증자에 거듭 성공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하더라도 당장 인터넷뱅크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다만 기존에 KT가 가진 사업이나 기술력을 케이뱅크와 접목시켜 어떤 방향으로 금융업을 발전시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