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석 수원시민신문 대표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원시민신문이 위치한 빌딩 전경. 사진=최훈민 기자
김삼석 대표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때는 1993년이다. 당시 반핵평화운동연합 정책위원이었던 김 대표는 백화점 점원이었던 동생과 1992년 일본으로 건너가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관계자를 만나고 금품을 받았다는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섰다.
대법원은 김 대표에게 징역 4년, 동생에게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2014년 재심에서 일부 감형됐지만 이들이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의장 등을 만나고 이 단체한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진보 여론 형성의 한 축으로
1997년 출소한 김 대표는 2005년 ‘수원시민신문’이라는 언론사를 차렸다. 수원에 위치한 매원감리교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인일보지부 출신 인사가 중심이 돼 꾸려진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경기민언련)이 수원시민신문 등 몇몇 지역 언론의 지주사 격이었다.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수원경실련) 공동대표와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의 초대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김진춘 전 수원 매원감리교회 목사는 경기여성연대, 경기복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연대해 경기민언련의 초석을 쌓았다. 이주현 매원감리교회 당시 부목사가 경기민언련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김진춘 목사는 경기민언련의 한 축을 김삼석 대표에게 맡겼다. 경기민언련 사무실에서 수원시민신문이란 언론사가 설립됐다. 당시 수원시민신문 창간준비위원회 실무를 맡았던 건 김 대표와 한마을광고기획 대표였던 김학주 당시 푸른숲교회 목사였다.
김 대표와 김학주 목사는 2005년 2월 수원시민신문 창간 1차 설명회를 열고 창간설립기금 구좌를 개설했다. 은성교회 목사이기도 한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국장도 창간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수원시민신문은 2005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간행물 등록을 마쳤다.
윤미향 당선자가 이끌었던 정의기억연대 운영위원이기도 했던 김삼석 대표와 경기민언련, 수원 지역 교회 목사 등은 윤 당선자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2008년 3월 있었던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를 주도한 건 경기민언련과 수원시민신문, 수원지역목회자연대였다. 김삼석 대표는 이날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에게 큰절을 올리며 시위 시작을 알렸다.
2008년 한국인터넷언론사협회를 조직한 김삼석 대표는 상임회장으로 일하며 홍재언론인협회장도 맡았다. 이처럼 언론사를 소유하고, 언론사 연대를 조직했던 김 대표는 진보 진영 여론 형성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활동도 활발히 했다. 2009년 10월 김 대표 등은 수원 장안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범민주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가 하면 2013년 4월 수원에서 조직된 ‘전쟁반대 평화실현 수원비상시국회의’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신문사 설립기금 행방 불투명
흥미로운 건 김 대표의 과거 활동에서 최근 윤미향 당선자가 받고 있는 의혹들과 비슷한 부분들이 포착됐다는 점이었다.
수원시민신문은 2005년 5월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시민발기인을 모집하며 설립기금을 거둬들였다. 목표액은 1억 8000만 원이었다. 원래는 시민주로 주식 전환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원시민신문은 법인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등록됐다. 개인사업자는 주식을 발행할 수 없다. 시민주 주식 전환이라는 명목으로 모아진 설립기금 행방은 현재 불투명한 상태다.
수원시민신문은 김학주 목사와 그 자녀를 소개하는 홍보 기사를 배포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수원시민신문 창간준비위원 실무진이었다. 김 목사는 2006년 수원시민신문 독자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언론 사유화 의혹은 더 있다(관련기사 [단독] 윤미향 남편 경영 ‘수원시민신문’ 유령 기자 운용 의혹). 한편 윤미향 당선자는 정의기억연대에서 모은 후원금으로 진보단체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제 식구 챙기기‘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2년 5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과 관련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전자투표는 무효”라고 외치며 당사 앞에서 분신한 고 박영재 씨 수술비 후원금 모금 땐 김진춘 목사의 개인 계좌가 쓰였다. 김 목사의 계좌는 수원시민신문 설립기금을 모을 때도 사용됐다. 1000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해야 하지만, 경기도청에 따르면 수원시민신문은 기부금품모집등록을 하지 않았다. 윤미향 당선자는 각종 후원금을 개인 계좌로 받아 물의를 빚었다.
수원시민신문은 한 컴퓨터학원 내부의 사무실 한 켠을 쓰고 있다. 사진=최훈민 기자
이에 대해 김진춘 전 목사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 안 난다. 사무적인 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삼석 대표는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수원시민신문을 직접 찾았다. 근무 시간이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수원시민신문은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빌딩 4층에 위치한 학원 안 사무실 한 칸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김삼석 대표는 대학교 16곳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뒤 6000만 원가량을 갈취한 혐의를 받아 2019년 6월 5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10월 18일 항소심은 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상고했지만 12월 27일 대법원이 기각했고 김 대표의 무죄는 확정됐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