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연 논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5월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더 이상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면서 시작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실제 주인공으로 2007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직접 증언했을 정도로 피해자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과는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때부터 30년 동안 함께 수요집회 등을 함께했다.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회계 부정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참가한 이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며 “모인 성금·기금 등을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정의연 측은 다음날 2017년 시민 모금 등을 통해 이 할머니에게 전한 1억 원 계좌이체 영수증 등을 공개하고 “시민들이 모아주신 후원금은 정의연이 개소해 운영 중인 피해자 지원 쉼터를 비롯해 전국에 거주하고 계신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모금 사용은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시 절차를 통해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혹이 이어지자 정의연은 5월 1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부·후원금 집행을 투명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의연 측은 “회계 데이터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부족한 인력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있어 실무적으로 편의적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영수증 세부 내용을 공개하라는 일부 언론의 요구에 대해서는 “우리도 인권이 있는 사람들인데 너무 가혹하다”고 반발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결국 정의연은 “공익법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계기관을 통해 검증을 받으려고 한다”며 “공인된 기관의 추천을 받아 진행하겠다”고 15일 밝혔다.
그 뒤를 이어 경기도 안성에 있었던 정의연 위안부 할머니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매입 및 매각 문제가 불거졌다. 정의연은 2013년 9월 7억 5000만 원을 주고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쉼터 부지와 건물을 사들였다.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기부한 10억 원 중 7억 5000만 원이 쓰였다.
이후 정의연은 지난 4월 이 부지와 건물을 4억 2000만 원에 되팔았다. 고가에 매입해 손해보고 되팔았다는 지적이다. 정의연은 “오랫동안 주변 부동산업소 등에 건물을 내놓았으나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건물 가치 하락과 주변 부동산 가격 변화로 현재의 시세로 결정됐다”며 “결과적으로 기부금에 손실이 발생하게 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여기엔 민주당 이규민 당선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부추겼다. 이규민 당선자는 쉼터 부지 및 건물 매매를 중간에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민 당선자는 당시 안성신문 대표이자 윤 당선자 남편 김삼석 수원시민신문 대표의 지인이었다. 또한 해당 건물 시공과 매각에 이 당선자 지인 부부가 직접 관련돼 있었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 때 이 당선자가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 1억 원을 재산 신고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것이 안성 쉼터 중개 과정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당선자는 부동산 중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 “전혀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고가 매입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건설비용과 시세 변동 등에 따라 민주당과 통합당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할머니들이 오가기 쉬운 서울이 아닌 경기 안성시에 쉼터가 지어진 점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당초 정의연은 쉼터를 할머니들이 오가기 쉽도록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인근 주택으로 알아봤었기 때문. 정의연 측은 “당시 10억 예산으로 서울 성산동 인근 주택을 구입할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이 5월 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9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윤 당선자는 정대협 대표 시절 4개의 국민은행 개인계좌로 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베트남 우물파기 사업 등 후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에 신고된 윤 당선자 국민은행 개인계좌는 앞서의 계좌가 유일하다. 후원금 모금 계좌는 사라졌거나 1000만 원 이하가 입금돼 있다는 의미다. 야당은 “3억 원짜리 윤 당선자 국민은행 계좌에 정대협 대표 시절 모금한 기부금이 섞여 들어갔을 수 있다”고 기부금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윤 당선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를 2012년 2억 2600만 원에 경매로 구입하는 과정에 대한 자금출처 논란도 불거졌다. 윤 당선자는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이 아파트를 구입했다. 윤 당선자는 자금 마련에 대해 “구입을 위해 기존 아파트를 팔았다”고 밝혔지만 기존 아파트 매각 시기가 아파트 매입 9개월 후인 사실이 알려지자 “적금 등 통장 3개를 해지하고, 가족에게 돈을 빌렸다”고 말을 바꿨다.
남편 김삼석 수원시민신문 대표도 경남 함양군 빌라 매입 당시 8500만 원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러한 현금 지출에도 3억 원이 넘는 예금이 있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자는 이에 대응한 기자회견 및 소명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5년간 개인계좌 거래내역 등은 모두 공개한다는 것이다.
윤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증폭되자 당초 신중한 모드였던 여권 기류도 변해갔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5월 19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연이 해온 일은 훌륭하다”면서도 “회계 투명성과 관련된 문제는 국민들의 눈높이와 상식선에 맞아야 한다. 지금 쏟아져 나오는 여러 의혹들의 크기와 방향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당사자들이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 자꾸 해명이 뒤바뀌거나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나오게 되면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출신의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회계를 어설프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회계감사를 제대로 받으면 해결될 수 있다”면서도 “정의연과 윤 당선자의 경우 부실 회계를 넘어서 실제 사업과 누락된 금액의 차이가 생기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계좌추적 등이 이뤄지면 국민정서상 양해할 만한 수준을 뛰어넘는 위법성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