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학생들이 학교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또 이겼다. 2016년 2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당시 이인수 수원대 총장이 수원지방법원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3년 7월, ‘방음 안 되는 스튜디오’, ‘구식 컴퓨터실’ 등 열악한 교육 환경을 견디다 못한 10~12학번 수원대 학생 42명이 수원대학교(학교법인 고운학원)와 이인수 전 총장, 최서원 전 이사장을 상대로 1차 등록금 환불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2011~2012년 전임교원 확보율이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하고, 수도권 종합대학교의 평균에 현저히 못 미치는 교육비환원율,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 등이 주요 근거였다.
1심 판결이 나기 전인 2014년 2월에 있었던 교육부의 감사 결과, 수원대의 부정이 드러났다. 예산·회계 등 33개 사항을 지적받았다. 교육부 감사에서 착공이 불가능한 건물의 신축공사비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예산에 넣어 907억 원의 이월금을 부풀리거나, 총장과 이사장의 출장비 및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지급했고, 교비회계를 전용해 개인 미술품을 사들이는 등 불법성 사안이 지적됐다.
5년에 걸친 소송 끝에 결국 학생들이 이겼다. 2018년 7월 대법원은 “부적절한 회계 집행으로 교비 회계가 잠식되고 실험, 실습, 시설, 설비 예산이 전용돼 교육환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학교가 학생들의 학년에 따라 30만 원에서 90만 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수원대 관계자는 “당시 학교가 시설개선 공사 등을 한꺼번에 진행해 재학생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대법원 판단대로 원고들에게 등록금을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등록금 환불 소송의 대법원 결과가 나온 뒤인 2018년 10월 2차 등록금 환불 단체 소송이 시작됐다. 이번엔 1차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10~12학번 수원대 학생들은 물론이고 07~09학번 수원대 학생들까지 동참했다. ‘2차 소송’을 맡은 1심 재판부는 ‘1차 소송’을 맡은 재판부와 같이 학교의 책임을 인정하고 10~12학번 수원대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교육부 감사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이뤄진 점을 들어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수원대 교육 환경이 열악했다고 증명하기 어렵다며 07~09학번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패소한 수원대는 ‘시효 만료’를 이유로 2차 소송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그렇지만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다. 게다가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07~09학번 학생들의 피해까지 폭넓게 인정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열악한 교육 환경이 객관적으로 현저하다는 사실을 미뤄봤을 때 당해 연도 이전에도 열악한 환경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수원대는 상고를 포기했다.
수원대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수원대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돌려받는 등록금 액수는 최대 90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학비리 백화점’ 오명을 꼬리표로 단 수원대의 부정한 이월금·적립금 축적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수원대 재판거래 의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수원대교수협의회 관계자들. 수원대 정상화를 외친 교수들은 파면 혹은 해임됐다. 사진=연합뉴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수원대 총장은 지낸 이인수 전 총장은 고운학원을 세운 고 이종욱 전 수원대 총장의 둘째 아들이다. 최서원 전 고운학원 이사장은 이인수 전 총장의 아내다. 수원대는 전국 사립대학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4000억 원 가까운 적립금과 이월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수원대의 ‘사학비리’ 의혹은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는다. 2018년 초 있었던 교육부 실태조사에선 수원대의 100억 원대 회계 부정이 또 발각됐다. ‘학교 정상화’를 외치며 학교의 비리를 폭로한 교수들은 부당하게 해임돼 지속적인 탄압을 받고 있다. 특히 2013년 수원대에서 나란히 해임된 장경욱 전 연극영화학부 교수와 손병돈 전 컴퓨터학부 교수는 여전히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손병돈 전 컴퓨터학부 교수는 “해임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으로 복직을 하면 또 다시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지난해 12월 또 재임용 거부를 당한 상태”라며 “이인수 총장은 해임됐지만 내부엔 다 그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 목소리를 내는 교수들은 모두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라 비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