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은 전 부위원장이 브랜드뉴파티 창당에 이용하려 했던 월남전 참전 유공자 명단. 왼쪽부터 이름, 전화번호, 지역, 주소, 생년월일, 부대, 직급, 망자 아내 이름, 망자 자녀 이름순이다.
일요신문은 최근 조성은 전 부위원장이 ‘브랜드뉴파티’ 창당에 이용하려 했던 대구와 경북 지역 월남전 참전 유공자 1122명 명단을 입수했다. 명단에는 참전 유공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 월남전 당시 소속 부대, 전역 당시 직급이 적혔다(관련기사 [단독] 월남전 전사자가 당원? 거짓창당 논란 ‘브랜드뉴파티’ 당원명부 입수).
이 명단엔 사망자와 유족 정보도 포함됐다. 대구 거주 월남전 유공자 606명 가운데 55명은 사망자로 파악됐다. 이들 사망자 명단 옆에는 아내와 자녀 정보까지 표기됐다. 조성은 전 부위원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참전 유공자 개인을 넘어 가족 정보까지 나온 점으로 미뤄 이 명단의 원천으로 국가보훈처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두 곳이 이러한 정보를 공식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부 기관인 까닭이다.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참전 유공자가 국가보훈처에 등록이 되면 참전 유공자 예우 및 지원 때문에 개인정보를 관리하긴 한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3자에게 제공 자체를 하지 않는다. 추정컨대 국가보훈처랑은 관계가 없는 것 같고 월남전 참전 유공자가 만든 단체 50여 곳에서 유출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가 관리·감독하는 단체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와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다. 나머지는 사단법인 형태다. 하지만 명단에 올라온 참전유공자 대부분은 따로 월남전 관련 단체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나타났다.
십자성부대 소속 소령으로 월남전을 다녀온 강창수 전 계명대 의과대학장(85)도 명단에 올라있었다. 그는 “나는 월남전 관련 모임 같은 곳을 전혀 가지 않았다. 월남전 다녀와서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한평생 일만 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일도 바빠서 그런 모임 같은 거 할 시간은커녕 환자 볼 시간도 부족했다”고 했다. 그는 고엽제 피해자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관계자는 “우리는 참전유공자의 가족에 대한 신분을 공식 정보로 등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관 단체보다는 국가보훈처에서 나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참전 유공자 가운데 스스로 단체가입은 안 했지만 보훈단체에서 그 분을 회원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며 “국가보훈처는 이 명단과 같은 형식으로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가 가진 참전 유공자 개인정보 원천만 있으면 편집해서 유출 명단과 같은 데이터를 생성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될지 안 될지, 우리가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으나 알아는 보겠다”고 말했다.
월남전 참전 유공자 유가족은 분노를 토했다. 백마부대 소속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고 윤경원 전 원사의 아내는 “내 남편은 14년 전에 죽었다. 사망한 지 그렇게 오래된 사람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는 게 말도 안 된다. 사기 아닌가. 고발하겠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일각에서는 당 내부를 의심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당 내 일부 조직에는 자체 여론 조사 대상으로 개인의 지역과 나이가 담긴 정보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조성은 전 부위원장이 창당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파악한 뒤 얼마 안 돼 유공자 명단을 들고 왔다. 조 전 부위원장의 능력으로 국가보훈처에서 이와 같은 단시간 안에 명단을 빼오는 건 쉽지 않다. 당 내부의 조 전 부위원장 조력자가 건네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는 이 사건 관련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대전 유성구을에 출마했던 김소연 변호사는 “편법으로 이 같은 일을 벌였다면 본인을 포함 관련된 이들도 당 차원에서뿐 아니라 더욱 철저히 조사해서 사법적 책임 역시 물어야 한다. 검증 없이 통합을 주도한 당내 통합 주체도 이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길 바란다. 아울러 다가오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이런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