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등에 앞서 독일 분데스리가가 이미 진행 중이다. ‘코리안 리거’ 이재성은 재개된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먼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사진=홀슈타인 킬 페이스북
#가장 먼저 열린 빅리그, 분데스리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독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었다는 평가를 받던 독일은 지난 5월 6일(현지시각)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접촉제한 조치 완화’를 발표했다. 이어 프로축구 리그도 열리게 됐다. 지난 16일부터 1, 2부리그가 나란히 재개됐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축구장에서 관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 K리그와 마찬가지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됐다. 독일 정부가 관중 운집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치에는 코칭스태프만 자리했고 교체를 기다리는 선수들은 관중석에 대기한 이색적인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서였다. 향후 촘촘한 일정을 치를 선수들의 체력을 감안해 교체가 가능한 인원은 기존 3인에서 5인으로 늘었다.
홀슈타인 킬에서 활약 중인 이재성은 킥오프 3분 만에 득점하며 리그 재개 이후 독일 내에서 가장 먼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같은 팀의 서영재를 포함해 백승호(다름슈타트), 지동원(마인츠), 권창훈(프라이부르크) 등 독일 각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다만 바이에른 뮌헨Ⅱ(2군) 소속 정우영은 운동장을 밟지 못하고 있다. 뮌헨 2군이 속한 3부리그는 아직 재개되지 않은 탓이다.
분데스리가의 이른 재개에는 재정적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개월 이상 경기가 중단되며 어려움을 겪는 구단이 생겨난 것이다. 앞서 독일 언론에서는 ‘1, 2부리그 36개 구단 중 13개 구단이 파산 위기’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구단 샬케도 위기를 맞았다는 보도는 축구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일정을 다시 시작하는 리그는 분데스리가와 마찬가지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분데스리가는 교체를 기다리는 선수들마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사진=홀슈타인 킬 페이스북
#영국 정부의 허락 ‘리버풀 우승 이상무’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는 선택을 미루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의 경우 ‘6월 1일까지 시즌이 종료돼야 한다’는 규정까지 바꾸며 2019-2020시즌을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시즌 잔여 경기를 치르겠다는 강한 의지다.
먼저 불을 지피는 곳은 잉글랜드다. 독일이 그랬듯, 영국 정부가 프로스포츠 진행을 허락했다. 다만 ‘무관중 경기’라는 조건이 붙었다. 프리미어리그의 재개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역시 금전적 문제다. 영국 BBC는 ‘현 시점에서 리그를 종료한다면 손실액은 10억 파운드(약 1조 5112억 원)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남은 경기를 모두 치른다 해도 20개 구단이 환불해야 하는 중계권료는 3억 4000만 파운드(약 513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금의 손해라도 덜기 위해선 리그 재개가 필수적이다.
앞서 네덜란드 에레디비시는 우승이나 강등 없이 리그 조기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리버풀이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도 우승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그렉 클라크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은 남은 경기를 치르지 못하더라도 획득한 승점만으로 우승, 강등 등을 결정할 것을 리그 구성원들에게 촉구했다.
#‘훈련 더 필요’ 빠른 재개에 난색
영국 정부는 6월 1일부터 리그 재개를 허락했지만 실제 경기 개시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허락일 뿐 리그 차원의 재개일은 결정되지 않은 탓이다. 당초 6월 둘째 주 주말인 12일 또는 13일 재개가 점쳐졌지만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혹은 26일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각 구단은 ‘선수들의 훈련이 더 필요하다’며 빠른 재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강도 높은 통제로 훈련조차 진행하지 못하다 5월 중순이 지나서야 소규모 훈련에 돌입했다. 선수들이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팀이 조직력을 재정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리그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중단된 기간 동안 프리미어리그는 대표자회의를 수차례 열며 재개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중립 경기장 활용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잉글랜드 전역에서 경기가 열리는 것보다 중립 경기장을 사전에 정해놓고 경기를 치른다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쉽다는 이유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중립 구장에서의 경기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팀이 중립 경기장 사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립 경기장이 남은 일정에서 승점 획득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장별 상이한 분위기, 잔디 길이, 라커룸 환경 등으로 홈구장의 이점을 누리려는 구단이 많은 것이다. 경기장 내 광고판 등 후원 계약도 걸려 있어 금전적 손실도 문제다.
프리메라리가(스페인), 세리에A(이탈리아)도 재개 초읽기에 들어갔다. 스페인은 총리, 이탈리아는 체육부 장관이 리그 재개 허용의 뜻을 밝혔다. 두 리그의 재개일은 6월 중순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