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신주를 개발한 메디톡스의 운명이 오는 6월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여부에 따라 갈릴 예정이다. 식약처는 지난 5월 22일 청문에서 메디톡스 측 소명을 듣고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으나, 메디톡스 측 요청으로 청문을 한 번 더 열기로 했다. 사진은 메디톡스 홈페이지 화면.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를 막아야만 하는 입장이다. 메디톡신이 회사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메디톡신에 대한 행정처분 계획을 밝히자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동시에 메디톡스는 “고객의 요구와 주주 이익에 부응하기 위해 차세대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이노톡스주’와 ‘코어톡스주’의 본격적인 생산 및 영업 활성화를 통해 매출을 증대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만에 하나 메디톡신을 판매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빈자리를 메울 다른 제품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경쟁 제약사들이 저마다 새로운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품이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메디톡신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련 업계는 지난 5월 22일 열린 청문회에서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식약처가 지난 4월 17일 메디톡신의 잠정 제조 및 판매, 사용중지 결정을 알리면서 조치사항으로 “해당 의약품은 약사법 위반으로 품목허가가 취소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 이후 식약처는 한 차례 더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충분한 소명을 위해 전문가 의견과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메디톡스 측의 의견을 식약처가 수용했다. 청문회가 두 번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최초로 품목허가 취소가 결정됐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청문회의 경우, 단 한 차례 열렸고 한 시간 만에 결론이 났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청문회를 두 번 연 사례는 없다”면서도 “청문회 개최 횟수에 대해 규정이 정해진 것은 없고, 기업에서 추가 해명을 요구해 들어준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청문회가 한 차례 더 열리는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품목허가 취소 결정에 잠정제조판매중지명령 집행정지가처분신청 항소심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이뤄질 수 없는 ‘희망사항’에 가깝다는 것이 관련 업계나 법조계의 의견이다.
남중구 법무법인 인헌 대표변호사는 “이번 가처분 결정을 봤을 때 품목허가 취소 사유가 명백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여부는 이번 가처분 결정에 법적으로 구속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식약처 관계자 역시 “양측의 의견에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툼은 법원에서 하는 것이고 청문에서는 결정 전 기업의 소명을 들을 뿐”이라며 “이날 법원의 결정 또한 품목허가취소와 별개의 건이라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청문회 추가 개최 결정에 의료진들의 탄원서도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가 예정되자 대한미용피부외과학회를 비롯한 일부 학술단체가 식약처에 탄원서를 제출해 “안전성 측면에 우려가 제기되지 않았음에도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메디톡스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의들은 보톡스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막대한 만큼, 보톡스 대표 브랜드에 선처를 요구할 수 있다”며 “식약처가 청문회를 한 번 더 열기로 한 것 또한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보니 심사숙고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두 번째 청문회 이후에도 메디톡스가 식약처의 판단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가 앞서 인보사 사태를 통해 단호한 대처의 중요성을 경험한 데다가, 메디톡스 건이 일종의 전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이번에 메디톡신 허가를 취소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제약사에서 비슷한 경우가 발생해도 괜찮다고 인정하는 것이 된다”며 “현 상황에서 결과가 뒤집어진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바이오기업 관계자 또한 “몰랐다고 주장했던 인보사 건과 달리 메디톡스는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쁘다”며 “혼탁해진 관련 시장을 정리하기 위해 관리당국이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결정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 비공개로 진행됐던 청문회에서의 소명 내용을 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