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김일성 광장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 사진=연합뉴스
김일성 광장은 1954년 건설된 북한의 랜드마크다. 러시아에 붉은 광장이 있다면, 북한엔 김일성 광장이 있는 식이다. 면적 7만 5000㎡로 세계에서 16번째로 큰 광장이다. 김일성 광장 바닥은 화강암 재질이다. 광장 곳곳엔 북한 세습 독재 체제의 흔적이 묻어있다.
만수대 언덕은 만수대 의사당 인근에 위치해 있다. 북한의 지도자였던 김일성-김정일의 22m 대형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김일성 광장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꼽힌다. 두 랜드마크는 동쪽으론 대동강, 서쪽으론 보통강을 사이에 낀 평양 심장부에 위치해 있다.
복수의 북한 소식통들은 두 랜드마크에서 심상찮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김일성 광장이 전면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감과 동시에 만수대 언덕엔 ‘제3의 동상’이 건립될 부지로 보이는 조그마한 땅이 포착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제3의 동상의 주인공이 누구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단연코 김정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양 김일성 광장. 사진=연합뉴스
앞서 5월 15일 북한 전문 미국 매체 ‘NK뉴스’는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가 김일성 광장에서 잠시 사라졌었다”고 보도했다. NK뉴스는 두 최고 지도자의 초상화가 사라진 것을 “5월 초부터 김일성 광장 일부에 대한 리모델링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NK뉴스는 “최근 북한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김일성 광장에서 김정은이 군 열병식을 관람하는 전망대가 철거됐다”면서 “인접한 연단 구역도 리모델링 작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김일성 광장 초상화 구역이 마지막으로 리모델링된 것은 2012년”이라면서 “당시 김정일이 사망한 뒤 그의 미소를 추가적으로 묘사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했다.
NK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일성 광장 서쪽 도로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NK뉴스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김정은의 초상화가 추가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물음표를 던졌다.
외신들은 NK뉴스 보도를 인용해 김일성 광장 리모델링 작업 관련 소식을 일제히 타전했다. 그 가운데 5월 18일 영국 매체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BBC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로이 콜리의 코멘트를 비중 있게 다뤘다.
콜리는 데일리 익스프레스 인터뷰에서 “(김일성 광장의) 초상화가 사라졌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면서 “김정은의 초상화나 동상은 그가 죽기 전까지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리는 “(김일성) 광장은 거대하다”면서 “북한이 왜 광장을 확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북한이 세 번째 초상화나 동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덧붙였다.
평양 만수대 언덕에 설치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대형 동상. 사진=연합뉴스
만수대 언덕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감지됐다. 최근 김일성 동상 왼쪽에 새로운 공터의 사진이 포착됐다. 중국의 한 블로그에 게재된 사진 중앙엔 김일성 동상이 세워져 있고, 오른쪽엔 그의 아들 김정일 동상이 있다. 공터는 김일성 동상 왼쪽에 마련돼 있다.
김정은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 등의 소문이 좀처럼 끊이지 않는 것과 맞물리면서 동상 건립 가능성은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터에 김정은 동상이 세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 현지 관계자는 “김정은이 가끔 공식 석상에 등장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등장 빈도가 상당히 불규칙하고 적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재 과시’는 마치 곡예꾼의 외줄타기처럼 위태로워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도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따르면 김정은 건강을 둘러싼 이런저런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만수대 언덕 동상 사진. 김일성 동상 좌측에 새로운 공터가 조성된 것으로 추정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 밑 캡션엔 “아마도 한 사람의 동상을 추가하려는 것 같다”는 내용이 중국어로 적혀 있다. 사진=웨이신 블로그 갈무리
한편,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은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약 20일 만의 등장이었다. 김정은은 그 뒤로 다시 20일 넘게 잠적했다가 5월 24일 등장했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은 군 장성들을 앞에 두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