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오후 1시 48분쯤 경북 경주시 동천동 동천초등학교 인근에서 5세 여아의 부모가 자전거를 탄 9세 남아를 차량으로 치는 교통사고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사고 전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점을 확인하고 운전자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사고 당시 CCTV 원본 영상. 사진=피해자 가족 제공
이에 대해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들은 살인미수부터 과실까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법무법인 윤앤리의 이길우 대표변호사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길우 변호사는 “SUV 차량의 A 필러가 시야 사각지대 역할을 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경위에 대한 판단이 없다면 그렇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사고 발생 전부터 운전자가 계속 아이를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A 필러에 아이가 가렸다고만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나온 것처럼 운전자가 아이를 계속 쫓아온 것이라면 충돌 후에도 아이와 부딪혔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개인적으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라고 본다. 미필적 고의란 ‘살인하겠다’가 아니라 ‘사망해도 상관없다’는 의도를 가졌을 때를 뜻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L&L의 정경일 대표변호사는 살인미수 적용은 힘들고 상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정경일 변호사는 “아이를 죽이려고 그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으나 CCTV 영상을 보면 자전거와 충돌하자 운전자가 핸들 방향을 반대편으로 바꾼다. 살인의 고의는 인정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아이를 쫓아가 따지려다 발생한 운전미숙, 나아가 상해의 의도가 있었는지의 문제다. 그런데 운전자의 속마음을 제3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보통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범행의 수단, 공격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가능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차량이 아이를 충격하고도 나아간 점 △이미 상당 거리를 추격한 점 △추격 전 시비거리가 있었던 점 △충격 후 내린 운전자의 태도 등을 보았을 때 운전자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고, 아이의 부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 입장은 이해되지만 상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법률사무소의 이승훈 대표변호사는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고 전후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중한 의견을 냈다. 이승훈 변호사는 “아직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건이다. 따라간 것이 맞는지부터 확인이 되어야 한다. 그 후 쫓아가서 아이와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 차로 아이를 칠 의도였는지도 경찰이 확인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살인미수까지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최소 50km 이상의 속도로 아이를 치었어야 하는데 CCTV 영상을 보면 당시 속도는 약 20km 정도로 추정된다. 충돌 후에도 핸들을 반대편으로 꺾는 모습이 나온다. 다만 전후 상황이 어떻게 파악되느냐에 따라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차량이 매우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에 특수상해에 해당한다. 만약 경찰이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한다면 일반적인 교통사고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 후 운전자의 태도 등에서는 운전자 중대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사고특례법에 따른 운전자 12대중대과실 중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 의무 위반 사항이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의 신체에 상해를 입힌 경우다. 사고 후 후속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행위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적용은 운전자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달라질 예정이다. 민식이법은 운전자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적용되는 법인 까닭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살인미수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특수상해는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 선고된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상해 시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형이나 벌금 500만~3000만 원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