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해임 징계를 받지 않은 직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이 입수한 ‘한수원의 성비위 관련 징계현황’에 따르면 2018년 9명의 한수원 직원이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았는데 이 중 해임된 직원은 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7명 중 1명은 견책 처분을 받았고, 감봉과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이 각각 3명이었다. 2019년에도 10명이 성범죄 관련 징계를 받았지만 해임된 직원은 2명이었다. 나머지 8명 중 2명은 견책, 2명 감봉, 4명 정직 처분을 각각 받았다.
한수원 내에서 성범죄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한수원 감사실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한 후 회사에 징계를 요청한다. 이들 사건에 대해 감사실조차 비교적 약한 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감사실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한수원 직원 A 씨는 2018년 4월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던 중 부하직원 B 씨의 옆구리를 잡는 등 성희롱을 저질렀다. A 씨는 이전에도 회식 장소에서 B 씨의 허벅지를 스치는 등 총 3번의 신체적 성희롱 행위를 한 바 있다. B 씨가 거부 의사를 밝힌 후에도 3~4차례 윙크를 하는 등 성적 불쾌감을 줬다. A 씨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고,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실은 소속 부서 직원들의 진술 등을 고려해 A 씨가 성희롱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또 B 씨는 당시 부서장 C 씨에게 A 씨의 성희롱 사실을 알렸지만 C 씨는 A 씨와 B 씨의 접촉을 방치하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감사실은 A 씨에게 정직 1개월, C 씨에게 견책 처분을 회사 측에 요청했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2018년 4월로 한수원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발표한 후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이전에도 거부 의사를 밝혔고, 반복적인 행위가 벌어졌기에 이는 고의로 볼 수 있다”며 “또 B 씨는 A 씨의 부하직원인데 직장 내 성희롱은 대부분 위계질서에 의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과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수원 내에서는 수차례 성범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2017년 7월 양성평등 실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고, 2018년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성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렇지만 성범죄를 저지른 직원 중 실제 해임당한 직원은 소수에 그쳐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수원의 입장을 요구했으나 한수원 관계자는 “28일 오전까지 연락주겠다”고 한 후 연락을 주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