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미래통합당 합류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조성은 브랜드뉴파티 대표.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통합신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중도를 표방하는 ‘브랜드뉴파티’, 청년 정당 ‘같이오름’, 정책 정당 ‘젊은보수’, 3개 정당이 통합당에 합류한다”며 “통합당의 혁신과 정치 영역을 넓혀 총선 승리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정병국 의원이 정당이라고 밝혔던 세 곳 가운데 같이오름과 젊은보수는 정당의 구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의 요건은 최소 1000명 이상으로 이뤄진 5개 시도당 등록인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기초적인 검증조차 하지 않았거나 정치적 이미지 상승을 염두에 둔 부풀리기 홍보라는 비판이다.
특히 브랜드뉴파티와 관련한 잡음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성은 브랜드뉴파티 대표는 2월 초 바른미래당과의 통합과 미래통합당 합류를 저울질을 했다고 한다. 2월 5일까지만 해도 바른미래당으로 기울었던 무게추는 2월 7일 급변해 미래통합당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조성은 대표가 이런 사실을 브랜드뉴파티 내부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창당 대회까지도 함구했었다는 점이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때까지만 해도 조성은 대표가 미래통합당으로 합류할 것이란 점을 알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전직 바른미래당 관계자에 따르면 “브랜드뉴파티 쪽에서 손학규 전 대표에게 ‘바른미래당 당대표직과 공천권 100%를 달라’고 요구했다. 손 전 대표가 고심하다 2월 9일 브랜드뉴파티 창당 대회를 갔는데 청년 80명쯤은 온다던 행사에 청년은 6명 정도밖에 오지 않고 자리도 텅텅 비어 있었다. 눈치 빠른 손 전 대표가 문 앞에서 축사를 취소했다. 이후 조성은 대표는 ‘손 전 대표가 나를 간 봤다’고 대로했다”고 말했다. 행사 시작 30분이 지난 시점에 “사람이 왜 이렇게 없느냐”는 바른미래당 쪽의 질문에 조 대표는 “지방에서 버스 대절해 오는 사람이 많아 늦는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추가로 오지 않았다.
조성은 대표와 남수현 전 전국위원장과의 문자.
2월 9일 창당 대회를 마친 브랜드뉴파티는 창당 대회 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창당대회를 열었다. 창당대회를 마쳤다는 건 1000명 이상의 5개 시도당 등록이 끝났다는 얘기다. 절차대로라면 브랜드뉴파티는 창당대회가 열린 2월 9일 전에 5곳 이상의 시도당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한 뒤 관할 시도 안에 주소를 둔 5000명 이상에게 서명된 당원 가입서를 받아 시도당창당대회를 개최하고 시도선거관리위원회 등록을 마쳤어야 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브랜드뉴파티는 창당준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관련기사 [단독] 총선 전 미래통합당 합류 ‘브랜드뉴파티’ 거짓 창당 의혹).
브랜드뉴파티 창당 준비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건 남수현 전 위원장이었다. 실전도국제연맹을 이끄는 남 전 위원장이 창당 요건에 맞는 머릿수를 채워주기로 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남 전 위원장은 조성은 대표의 기회주의식 행동에 함께 일하기를 거부했고, 브랜드뉴파티 창당에는 제동이 걸렸다.
브랜드뉴파티 경북과 대구 당원 명부. 최근 이 명단의 작성자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지만 확인 결과 조성은 대표가 직접 작업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 발생했다. 브랜드뉴파티 관계자에 따르면 조성은 대표는 미래통합당 합류를 하루 앞둔 2월 15일쯤 5000여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을 새로 구해와 시도당 관련 입당 문서를 제작에 착수했다. 이에 별샛별 사무총장은 조 대표에게 “문서 위조는 범죄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대표는 “알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월 18일 참전 유공자 명단 등을 실무자에게 넘긴 뒤 표준 당원 명부 형식에 맞춰 대구시당 명부 작성을 하도록 했다. 이날 조 대표는 경북도당 516명 명부와 1300명에 달하는 서울시당 명부 작업도 직접 처리했다고 한다.
조성은 대표가 브랜드뉴파티 창당에 이용하려 했던 월남전 참전 유공자 명단. 왼쪽부터 이름, 전화번호, 지역, 주소, 생년월일, 부대, 직급, 망자 아내 이름, 망자 자녀 이름순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조성은 대표가 브랜드뉴파티 창당에 이용하려 했던 대구와 경북 지역 당원 명부는 월남전 참전 유공자 1122명 명단이라고 나타났다. 대구에 거주한다고 분류된 참전 유공자 총 606명이었고 경북 거주자로 분류된 참전 유공자는 516명이었다. 이 명단에는 사망자도 포함됐다. 대구 거주자 명단 606명 가운데 55명은 사망자로 파악됐다(관련기사 [단독] 월남전 전사자가 당원? 거짓창당 논란 ‘브랜드뉴파티’ 당원명부 입수).
브랜드뉴파티 내부 만류에도 조성은 대표 등은 입당 원서 생성 및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시도당 등록 작업을 계속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브랜드뉴파티 구성원 대부분은 2월 22일 브랜드뉴파티 실패를 선언하고 당을 떠났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조 대표는 2월 25일쯤 경기도당 창당 신청 철회 요청서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다.
이를 전해 들은 월남전 참전 유공자 유가족은 분노를 토했다. 백마부대 소속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고 윤경원 전 원사의 아내는 “내 남편은 14년 전에 죽었다. 사망한 지 그렇게 오래된 사람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는 게 말도 안 된다. 사기 아닌가. 고발하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참전용사 명단 어디서 구했나…‘브랜드뉴파티’ 당원명부 의혹 추적).
조성은 대표는 홀로 바른미래당과 미래통합당 합류를 저울질 하다 남수현 전 위원장 세력 5000여 명 흡수에 실패했다. 그리고 급조된 사망자 포함 참전 유공자 명단으로 창당을 재시도하다 두 번째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 그는 미래통합당으로 홀로 합류해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이에 대해 조성은 대표는 “일정이 빡빡했다. 창당대회 등 요건을 빨리 갖추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미래통합당과 통합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까 완성이 안 된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 단계에서 미래통합당으로 합류하게 됐다. 창당을 완성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 시기 정도엔 완성될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 외 논란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하다 일요신문 취재진을 맞닥뜨리자 “이건 매우 폭력적인 것”이라고만 했다.
브랜드뉴파티는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부패한 진보와 뻔뻔한 보수에 환멸과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 모임이었다. 운동권 체제의 허망한 몰락을 보며 대안체제를 빨리 수립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시작이었다. 진보와 보수로 이원화된 정치지형을 끝내고 완전히 새로운 판 위에서 새로운 정치 언어를 열어야 한다는 ‘청사진 정치’가 구성원 대부분의 소명의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성은 대표의 브랜드뉴파티 사유화로 모든 구성원은 상처만 입은 채 2월 22일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와 관련해 박형준 전 위원장은 “창당되지 않은 건 잘 몰랐다. 정병국 의원이 브랜드뉴파티 부분을 담당했다. 정 의원에게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정병국 의원은 “잘못 알려졌다. 합류 기자회견 때 난 창당대회를 했거나 창당에 준비 중에 있는 청년정당 3곳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중앙당창당대회 개최 요건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는 “중앙당창당대회를 하고 중앙당 등록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창당 기준에 합당한지 아닌지 실사를 한다. 우리는 실사 전에 통합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브랜드뉴파티의 허위 중앙당창당대회 개최다. 브랜드뉴파티가 세간의 이목을 끈 건 중앙당창당대회 개최 덕분이었다. 중앙당창당대회 선제 조건은 시도당창당대회 뒤 최소 5개 시도당 당원 5000명 등록 완료다. 그 다음 과정이 중앙당창당대회 및 중앙당 등록이다. 이에 대해 그는 “그 과정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정병국 의원은 “어느 정당이나 당원을 모집할 때 허수가 많다. 직접 당원 모집을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한다. 죽은 사람도 있고 동의해주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비일비재하다. 조성은 대표가 5000명을 모집했겠느냐. 여러 사람이 했겠지. 이를 가지고 사기 쳤다고 할 순 없다”며 “조 대표가 이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기에 내가 ‘당대당 통합이 아니지 않냐. 통합하고 브랜드뉴파티가 존속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통합당으로 들어오면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 나는 청년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해 들어온 거다. 조 대표만 이런 행위를 했다고 하면 문제지만 조 대표만 문제 있다고 지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