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타격은 물론 숟가락질도 오른손으로 하지만 공을 던질 때만큼은 왼손을 사용한다. 사진=이영미 기자
이들은 ‘본능을 거슬러’ 각각 왼손 투수와 왼손 타자로 성공한 모범 사례다. 특히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보기 드문 ‘좌투우타’ 선수라는 이유로 더 관심을 받았다. ‘우타’를 ‘좌타’로 바꾸는 것보다 ‘우투’를 ‘좌투’로 바꾸는 게 더 어려워서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은 “타격은 두 손을 쓰지만, 공을 던질 때는 한 손만 쓴다. 이 때문에 훈련을 통해 자주 사용하는 손을 바꾸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야수의 송구가 아니라 투수의 투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후천적인 좌타자는 여럿 찾아볼 수 있어도, 후천적인 좌투수는 보기 드문 이유다.
류현진은 오른손잡이다. 밥도 오른손으로 먹고 글씨도 오른손으로 쓴다. 타격 역시 오른손으로 한다. 공만 왼손으로 던질 뿐이다. 한국에서야 타석에 설 일이 없었지만, 지난해까지 투수도 타격을 해야 하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 뛰면서 ‘오른손 타자’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왼손 투수가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 씨는 과거 인터뷰에서 “투수로 대성하려면 왼손으로 던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일부러 처음에 왼손잡이용 글러브를 사줬다”며 “아들이 불편해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텐데, 스스로 왼손으로 던지는 게 편하다고 해서 쭉 그렇게 됐다”고 했다.
사실 좌투우타로 성공한 한국 선수는 거의 없다. 한화 시절 사령탑이던 한대화 전 감독은 “내가 아는 좌투우타 선수는 모두 야구를 못했다. 류현진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라며 웃기도 했다.
원래는 타격도 좌타석에서 하려고 했다. 아버지 류 씨는 “처음에는 방망이도 왼손으로 쳤지만, 야구장이 너무 작고 현진이는 발이 느리니 좌타석에서 당겨서 우전안타를 치고도 자꾸 1루에서 아웃이 됐다”며 “우타석으로 옮겨서 좌익수 쪽으로 안타를 치니 1루에서 살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다시 바꿨다”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반대다. 학창 시절 스위치히터를 시도하다 그만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4년간 오른손 타자로만 활약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주변의 권유를 받아 서서히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 훈련을 시작했다. 김현수는 “평소에는 그냥 우타석에 들어서다가 잠수함(사이드암 혹은 언더핸드) 투수가 등판하면 좌타석에 서는 스위치히터 형태였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좌타자의 길로 들어선 건 중학교 때다. 한쪽에서만 치고 훈련을 끝내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홀로 남아 또 다른 방향에서 훈련을 해야 하는 현실이 버거웠다. 원래 치던 우타석과 새로 시작한 좌타석 가운데 선택의 기로에 섰고, 김현수는 ‘왼쪽’을 선택했다. 김현수는 “보통 오른손잡이들의 주 시력은 왼쪽 눈인데, 나는 주로 오른쪽 눈으로 봤다”며 “그래서인지 좌타석에 섰을 때 볼이 더 잘 보였다”고 설명했다.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우투좌타 선수들은 대부분 장타력보다 콘택트 능력이 돋보인다. 좌타자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공을 맞히는 훈련에 집중하게 되고, 힘을 100% 쓰기도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현수 역시 “장타를 치는 데는 좌타석이 불리했지만 본래 힘이 좋은 편이어서 다행히 큰 차이는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좌타자의 이점이 분명히 있지만 원래 오른손잡이였던 선수들이 우타석을 포기하는 것은 장타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장점을 먼저 파악해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