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오른쪽)과 장정석 감독은 2019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치며 기묘한 인연을 이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염경엽 감독과 장정석 전 감독은 1990년대 중·후반 현대 유니콘스에서 함께 현역 생활을 보내며 인연을 맺었다. 염 감독이 선수 생활 은퇴 후 현대 유니콘스, LG 트윈스 운영팀장을 지냈고, 장 전 감독은 은퇴 후 현대 유니콘스 분석팀-히어로즈 분석팀-매니저-운영팀장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이 히어로즈에서 만났을 때는 염 감독은 작전·주루 코치로, 장 전 감독은 운영팀장이었다. 이미 친분이 있던 그들은 히어로즈에서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두 사람은 히어로즈 구단주인 이장석 전 대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었다. 염경엽 감독이 처음으로 감독을 맡게 된 것도 이 전 대표 덕이었고, 장 전 감독 또한 이 전 대표가 운영팀장이었던 그를 사령탑에 앉히면서 감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한 것이다.
그러나 세 명의 인연은 오래 가지 못했다. 감독으로 승승장구했던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이 번번이 한국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하자 이 전 대표가 염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힐책의 메시지를 전했고, 자존심 강한 염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불화설로 확대됐다.
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묘하다. 염 감독의 뒤를 이어 2017시즌부터 히어로즈 감독직을 맡은 장 전 감독은 2018, 2019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다. 그중 2019년 플레이오프에서는 염 감독이 이끄는 SK를 만나 단 1승도 내주지 않은 완벽한 경기로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염 감독은 이 전 대표와의 신뢰가 깨지면서 히어로즈를 떠났다. 장 전 감독은 자신을 감독으로 세워준 이 전 대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안고 이 전 대표 면회를 갔다가(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 재계약 언질을 받았다는 이유로 키움과의 재계약에 실패한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감독이 재계약에 이르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5월 28일 현재 키움은 손혁 감독 체제로 6위를 달리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