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멍지효로 익숙해진 송지효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침입자’로 서늘한 매력을 뽐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나이가 든 게 오히려 고맙더라”
“그날 영화를 처음 보는데, 첫 등장에서 서진이가 나오면서 시작 부분부터 중심을 딱 잡아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무열 씨가 영화의 긴장감과 무게감을 디테일을 다 살려가면서 연기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은 거예요. 개인적으로 저는 제 영화에서 제가 아쉬운 부분을 평가하게 되는데, 무열 씨의 연기는 그 친구가 잡아주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보는 내내 긴장감을 갖고 봤어요(웃음). 그날 영화 보면서 제가 무열 씨한테 ‘엄지 척’ 할 뻔했거든요. 거리두기 때문에 둘 다 양쪽 끝에 앉아서 못 하긴 했지만요(웃음).”
영화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 분)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그린다. 스릴러와 액션 장인 김무열과 호흡을 맞춘다는 데서도 그랬지만, 데뷔작인 ‘여고괴담3: 여우계단’에 이어 17년 만에 스릴러 장르 재도전이라는 점도 송지효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특히 ‘침입자’에서 송지효가 맡은 유진은 ‘능동적인 공격형 캐릭터’로 이제까지 송지효가 맡아 온 역할들과 그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침입자’ 속 송지효는 실종 후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충격적인 비밀을 지닌 인물 유진으로 분했다. 스릴러 장르 도전은 2003년 데뷔작 ‘여고괴담3’ 이후 17년 만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의 말대로, 배우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변화를 넘어선 진화다. 그럼에도 유독 여배우들에게만 나이 듦으로 인한 초조함과 젊음에 대한 갈망을 뒤집어씌우는 사회적 분위기를 송지효는 정면에서 깨트리고 있었다. 나이가 드는 게 “너무너무 재밌다”는 게 올해 한국 나이로 꽉 찬 마흔이 된 그의 이야기다.
“몸은 확실히 나이든 걸 체감하죠. 어제 안 그래도 허리가 아팠는데 오늘 비가 오더라고요(웃음). 옛 어르신들 말씀에 ‘마음만은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그걸 공감해요. 그런데 나이가 드는 게 너무 좋은 게, 사실 저는 정말 너무너무 재밌거든요. 생활에서 달라진 건 하나도 없고 그냥 몸만 좀 늙어서 그런가 봐요(웃음). 저는 20대 때도 10대보다 훨씬 재밌었고, 30대에도 20대 시절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지금은 이제 첫 40대를 스타트하게 됐는데 이것도 재밌을 거예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게 아까워요.”
올해로 한국 나이 40세가 된 송지효는 지금의 행복한 삶과 그의 생활패턴을 깨트릴 만한 사람이 없다면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누군가는 “결혼도 하지 않은 40대 여성의 삶이 뭐 그리 즐겁겠느냐”는 냉소적인 잔소리도 꺼낼 법하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즐겁기 때문에 그의 삶은 결혼이라는 ‘일반적인 이벤트’로 깨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제 나이 때 보통 같으면 가정을 꾸리고 생활한다고 하시겠죠. 그런데 저는 지금이 진짜 너무 재밌고 만족하거든요. 저의 이런 생활 패턴과 제 만족을 깰 수 있는, 깨줄 만한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저는 이 행복한 삶을 깨트릴 생각이 전혀 없어요. 전 지금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는데 소소하게 같이 밤에 맥주 한잔 마시고, 집에 들어가면 우리 가족이 있고 이런 게 너무 행복해요. 그렇게 같이 함께 행복하게 살 생각 하면 이 삶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 들어요. 엄마는 제가 술 마시고 들어가면 다음날 북엇국을 끓여주면서 ‘내가 이 나이 돼서 마흔 다 된 딸내미 해장국을 끓여야 하냐’며 한탄하시긴 하지만요(웃음).”
작품에서와는 다른 밝은 모습으로 송지효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10년간 그가 함께 했던 ‘런닝맨’의 덕이 커 보였다. 유독 사연이 있는 캐릭터를 많이 맡아온 송지효였기에 그의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볼 수 있는 ‘런닝맨’은 본인에게 긍정적인 터닝포인트였다. 예능에서 소비되는 이미지 탓에 우려도 일었지만 송지효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든, 모든 모습이 다 저 자신이다”라고 정리했다.
“작품에서든 프로그램에서든 제가 보여드리는 모습은 사실 다 저예요. 그 가운데서 저에게 가장 편하고 익숙한 건 역시 ‘런닝맨’이겠죠. ‘런닝맨’으로 제가 대중들께 알려진 것도 맞고, 저 하면 ‘런닝맨’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전에 작품 활동을 할 때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보여드릴 기회가 잘 없었고 장르물이나 좀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그런 걸 많이 하다가 ‘런닝맨’을 하면서 또 다른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소모적이라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제가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고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 것도 있어요. 나쁜 것도 있겠지만 좋은 게 훨씬 더 많아서 나쁜 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만족해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서 보여드리려고 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