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 대상 수상작 ‘습한 계절’
[일요신문=전주] 신성용 기자 = 중국 가오 밍 감독의 ‘습한 계절’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1일 저녁 6시 CGV 전주고사 1관에서 시상식을 열고 국제경쟁 부문을 포함해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넷팩상, 다큐멘터리상 등 5개 부문 대상 수상작과 남·녀 배우상 등 16편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국제경쟁 대상작인 ‘습한 계절’은 중국에서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오 밍 감독이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파이 구’(2006)에 이은 두 번째 장편이자 첫 번째 극영화다.
영화는 중국 남부 도시 ‘선전’에 사는 젊은 네 남녀가 대기를 가득 메운 습기처럼 불통하며 얽히고 설키는 관계를 보여준다. 국제경쟁 심사위원들은 총평을 통해 “중국 젊은 세대가 처한 문제의식을 화면 속에 담아내려는 시도가 돋보였다”면서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에 부합하면서도 감독이 다루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간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가오 밍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지금, 영화라는 밝은 빛이 우리 삶에 온기와 힘을 주고 있다”며 “머지않아 곧 전 세계의 영화관이 다시 열려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밖에 국제경쟁 부문에서 NH농협이 후원하는 국제경쟁 작품상에 아르헨티나의 클리리사 나바스 감독이 만든 ‘천 명 중의 단 한 사람’이 수상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은 루이스 로페스 카라스코 감독의 ‘그해 우리가 발견한 것’이 받았고 마리암 투자니 감독의 ‘아담’의 배우 루브나 아자발과 니스린 에라디는 심사위원 특별언급에 호명됐다.
한국경쟁 대상 수상작 ‘갈매기’(위), ‘바람아 안개를 걷어다오’(아래)
‘갈매기’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중년여성 ‘오복’이 동료이자 재개발 대책위원장 ‘기택’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의 존엄을 되찾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는 과정을 좇는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아들의 시선에서 이혼한 엄마의 일상을 관찰하며 가족의 의미를 성찰하는 작품으로, 신동민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년에 신설된 배우상은 배종대 감독의 ‘빛과 철’ 염혜란 배우와 이태겸 감독의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오정세 배우에게 돌아갔다. CGV아트하우스상에는 한국경쟁작인 임승현 감독의 영화 ‘홈리스’가 수상했다.
한국경쟁 심사위원들은 “올해 경쟁작들은 형식부터 주제와 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으며 암울한 시대 속 개인의 주체적인 선택에 초점을 맞춘 작품의 경향성이 짙었다”며 “특히 기존에 여자 배우들에게 주어지던 인물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여성 서사 영화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올해 한국단편경쟁에서는 역대 최다작인 1,040편이 출품돼 25편이 본선에 올라 경합을 벌여 한병아 감독의 애니메이션 ‘우주의 끝’이 대상(웨이브상)을 수상했다. ‘우주의 끝’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성의 귀갓길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단순한 구성 속에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넉넉히 품은 작품이다.
여기에 방성준 감독의 ‘뒤로 걷기’가 감독상(교보생명 후원), 강정인 감독의 ‘각자의 입장’과 유준민 감독의 ‘유통기한’이 심사위원특별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조민재, 이나연 감독이 공동연출한 ‘실’은 특별 언급됐다.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들은 “올해 25편의 한국단편 경쟁작들은 다양한 소재, 다양한 계층과 세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며 “사회를 단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눈에 띄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비경쟁부문 상영작 중 아시아영화 1편을 선정해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에서 시상하는 넷팩상은 푸시펜드라 싱 감독의 ‘양치기 여성과 일곱 노래’가 선정됐다. 코리안시네마와 한국경쟁작 중 다큐멘터리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다큐멘터리상’(진모터스 후원)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인물 ‘김순악’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해낸 박문칠 감독의 ‘보드랍게’가 차지했다.
다음은 수상작 명단
◇ 국제경쟁
▲대상 ‘습한 계절’(감독 가오 밍) ▲작품상(NH농협 후원) ‘천 명 중의 단 한 사람’(감독 클라리사 나바스) ▲심사위원특별상 ‘그해 우리가 발견한 것’(감독 루이스 로페스 카라스코) ▲심사위원 특별언급 ‘아담’(배우 루브나 아자발, 배우 니스린 에라디)
◇한국경쟁
▲대상(웨이브상) ‘갈매기’(감독 김미조),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감독 신동민) ▲배우상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배우 오정세), ‘빛과 철’(배우 염혜란) ▲CGV아트하우스상 ‘홈리스’(감독 임승현)
◇한국단편경쟁
▲대상(웨이브상) ‘우주의 끝’(감독 한병아) ▲감독상(교보생명 후원) ‘뒤로 걷기’(감독 방성준) ▲심사위원특별상 ‘각자의 입장’(감독 강정인), ‘유통기한’(감독 유준민) ▲심사위원 특별언급 ‘실’(감독 조민재, 이나연)
◇월드시네마 극영화
▲넷팩상 ‘양치기 여성과 일곱 노래’(감독 푸시펜드라 싱)
◇코리안시네마
▲다큐멘터리상(진모터스 후원) ‘보드랍게’(감독 박문칠)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