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MBK파트너스 본사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매장 매각을 구조조정의 발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허일권 기자
#유동성 확보 때문인가 배당금을 위한 포석인가?
6월 3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MBK파트너스 본사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MBK가 홈플러스 직원들과 상의도 없이 점포 3곳을 매각하는 것을 두고, 이를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과 딜로이트안진을 각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안산점, 둔산점, 대구점 등 3개의 매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안산점은 이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도 마쳤다는 전언이다. 특히 입점업체, 협력업체 등까지 포함한 전체 직원 수가 1000여 명에 달하고 매출 기여도가 큰 안산점이 매각 1순위로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충격은 크다.
특히 노조는 매장을 매각 후 재임대하는(세일앤리스백) 방식이 아닌 폐점을 전제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규순 홈플러스지부 안산지회장은 “20년간 일한 홈플러스 매장이 폐점된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며 “폐점으로 인해서 20년 터를 잡고 산 곳을 떠나 먼 곳으로 발령이 난다면 퇴사를 종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라며 “고용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매출 상위 5위 안에 드는 안산점의 영업을 포기하고 폐점하는 것은 마트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약속했던 1조 원 투자도 지키지 않고 오로지 매장을 판매한 후 배당금을 챙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3년간 홈플러스는 7332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노조는 홈플러스 경영 위기는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 책임이라며 그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MBK는 2016년 7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조 9108억 원 상당의 홈플러스 자산을 매각한 후 배당금으로 1조 2130억 원을 챙겼다. 이번에 논란이 된 매장 3곳도 폐점 후에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 ‘출구전략’만 수차례 수정 중
이번 매각의 배경으로 지난해 3월 1조 5000억 규모의 부동산투자회사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 실패가 꼽힌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장을 유동화해 상장하려던 투자금 회수 방안을 짰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점포 70여 곳을 담보로 제공해 인수금융 재조달(리파이낸싱)을 통해 2조 15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야만 했다. 리츠 상장으로 갚으려던 대출금을 5년 연장하면서 홈플러스 매장을 매각하고 세일앤리스백으로 자산을 유동화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9월 MBK파트너스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캐나다공무원연금, 테마섹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7조 2000억 원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가장 큰 거래액을 기록하면서 고가 인수 논란이 일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4조 원가량을 차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리츠 상장에 실패하고 오프라인 유통업계 환경은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가격을 잘 받을 수 있는 매장을 매각하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사모펀드다 보니까 이익을 실현해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