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의 뉴캐슬 인수 임박 소식이 축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빈 살만은 2019년 방한 당시 5대그룹 총수들과 ‘깜짝 간담회’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캐슬 새 주인? 모하메드 빈 살만은 누구
빈 살만은 2017년 왕세자에 오르며 사우디의 실권을 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는 등 사우디의 개혁을 이끌고 있다고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석유 의존적 경제에서 탈피해 첨단 기술 유치에 적극적이다. 2019년 방한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간담회도 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빈 살만이 맨체스터 시티의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만수르)보다 더 큰 재력을 갖고 있다며 뉴캐슬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만수르가 등에 업은 아부다비 유나이티드그룹(ADIA)은 보유 자산 5800억 달러(약 700조 원)로 3200억 달러(약 390조 원)의 PIF보다 규모가 크다. 하지만 빈 살만은 왕세자이자 제1부총리, 국방장관, 왕실 직속 경제위원장 등의 직위로 ‘사우디 차기 일인자’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ADIA는 아부다비 왕가가 보유하고 있는 투자회사이며 만수르의 개인 재산은 35조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빈 살만에게는 ‘만수르보다 10배 부자’라는 수식어까지 달렸다.
뉴캐슬은 ‘부자 구단주’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마이크 애슐리 현 구단주는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2016-2017시즌 2부리그 우승으로 승격을 이끈 감독 라파엘 베니테즈도 애슐리의 ‘짠돌이’ 성향으로 불화 끝에 2019년 팀을 떠났다. 빈 살만의 구단 인수는 이 같은 상황을 일거에 바꿀 수 있다.
뉴캐슬은 긴 역사, 거대한 경기장, 강력한 팬덤에 비해 저조한 성적으로 ‘아쉬운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뉴캐슬 페이스북
#축구 역사를 바꾼 ‘오일 머니’
프리미어리그에서 외국 자본의 적극적인 투자는 구단 역사를 뿌리째 바꿔놓고 있다. 대표적인 구단은 첼시와 맨시티다.
첼시의 역사는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2003년 인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 잉글랜드 1부리그 우승 경력이 단 1번(1955년)에 불과했던 평범한 팀 첼시는 아브라모비치의 투자 이후 리그 우승 트로피만 5번을 들어 올렸다. 이외에도 수많은 컵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고 2012년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디디에 드로그바, 마이클 에시엔, 안드리 세브첸코, 페르난도 토레스, 에덴 아자르 등 스타 선수 영입에 수백억 원을 쏟아부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상위권에서 경쟁을 펼치던 첼시는 맨시티에 비하면 변화의 정도가 덜한 편이다. 맨시티는 21세기에도 2부리그에 소속된 때(2001-2002시즌)가 있었던 팀이다. 하지만 2008년 만수르의 인수 이후 ‘강등을 걱정하는 팀’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이적 시장에서 쏟아부은 막대한 금액은 이들에 앞서 재력을 자랑했던 첼시가 오히려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잉글랜드 밖에서도 이 같은 사례는 존재한다. 네이마르와 킬리앙 음바페라는 세계적 공격수를 동시에 보유한 파리생제르망은 카타르 자본이 유입되며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이들은 2013년 카타르국영투자청(QSI)의 인수 이후 2017년을 제외하면 빠지지 않고 자국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벌써 들썩이는 이적 시장
또 다른 ‘오일 머니’의 유입 소식에 유럽축구 이적 시장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굵직한 이름들이 뉴캐슬 예상 영입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선수뿐 아니라 손흥민을 지도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뉴캐슬을 1부리그로 이끈 베니테즈 감독 등이 새 사령탑 물망에 오를 정도다.
2017년 프리미어리그 승격 이후 줄곧 10위 이하 성적을 기록한 뉴캐슬이 곧장 세계 정상급 슈퍼스타를 영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재력이 갖춰진다면 팬들의 이목을 끌 만한 이적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그 후보군으로는 곤살로 이과인, 에딘손 카바니, 세르단 샤키리, 펠리페 쿠티뉴 등이 꼽힌다. 이들 모두 각자의 능력만큼 인정을 받고 있지만 현재 소속팀에서 입지가 온전치 못하다. 이들은 빅클럽을 목표로 리빌딩에 돌입할 뉴캐슬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경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들은 현재 뉴캐슬의 약점인 공격을 보강할 수 있는 자원이다. 뉴캐슬은 이번 시즌 29경기에서 25골을 넣으며 노리치 시티와 함께 득점 순위 최하위에 처져 있다. 구단 역대 최대 이적료 기록(약 600억 원)과 함께 영입한 조 엘링턴은 29경기 전 경기에 나서 1골만 기록했다.
뉴캐슬이 이적 시장에서 재력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다수 유럽 구단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은 뉴캐슬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뉴캐슬은 스포츠 소재 영화 ‘골’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사진=영화 ‘골’ 스틸컷
#과도한 낙관은 금물
부자 구단주가 팀을 이끈다고 해서 모두 첼시, 맨시티와 같이 명문 구단으로 도약하는 것은 아니다. ‘오일 머니’ 투입 이후 오히려 팀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스페인의 말라가는 잘 보여준다.
2010년 카타르 왕족 출신 사업가 압둘라 알 타니는 하위권에 허덕이던 말라가를 사들였다. 이후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팀을 강등과 멀어지게 했고 2012-2013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광의 시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알 타니는 곧 구단 운영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스타 선수들이 헐값에 팔려나갔다. 결국 말라가는 2018년 강등 이후 2부리그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자 구단주가 자금을 마음껏 풀지 못하는 환경도 뉴캐슬의 미래를 섣불리 낙관하지 못하는 요소다. UEFA는 2010년 재정적 페어플레이 룰(FFP)을 도입한 바 있다. 유럽 내 구단들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 제도는 ‘벌어들인 만큼 지출하라’며 부자 구단주들의 재력 과시를 제한하고 있다. 실제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막대한 금액을 선수 영입에 지출하던 맨시티는 UEFA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축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기간, 빈 살만의 뉴캐슬 인수 소식은 축구팬들의 이목을 끄는 흥미로운 뉴스로 자리매김했다. 인수전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만수르보다 10배 부자’로 불리는 빈 살만이 구단주 자리에 올라 계속 이슈의 중심에 설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