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관들이 십시일반으로 제44대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을 돕고 있다. 주변 공인회계사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채 전 의원 지지를 홍보하는 식이다.
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나선 채이배 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20대 국회에서 경제통으로 입문한 채 전 의원은 4년간 ‘국민의당→바른미래당→민생당’으로 당적을 옮겼지만, 회기 내내 탈권위 행보로 여당 보좌관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채 전 의원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활약했다. 44대 한공회 회장 선거는 6월 17일 개최된다.
국회 한 보좌관은 “20대 국회 종료 전부터 채 전 의원의 한공회 회장 선거 출마 얘기가 카카오톡방 등에서 자주 거론됐다”며 “보좌관뿐 아니라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화젯거리”라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여의도와 연이 있는 이들이 SNS에서 채 전 의원을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 전 의원도 SNS 방에서 한공회 회장 경선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잘 부탁드린다”, “널리 전파해 달라”며 당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채 전 의원은 “회계정보는 공공재”라며 “빅4 대형회계법인과 중소회계법인 간 공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채 전 의원은 경선에 앞서 6월 5일 ‘공정한 경제 생태계 만들기’(헤이북스)를 내고 한국 경제 위기의 유일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요즘 이 4년을 이렇게 표현한다. ‘여의도 국회대학 정치학과 4학년을 졸업했다’고. 책을 낸다는 게 솔직히 좀 부끄러웠지만,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다”며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강제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44대 한공회 회장 선거는 ‘역대급’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채 전 의원이 현역이던 지난 5월 출사표를 던진 데다, 사상 첫 5파전으로 치러져서다. 채 전 의원 이외에도 정민근 딜로이트안진 부회장과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회장,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가 나선다.
회계 혁명으로 불리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전면 개정 이후 회계업계의 커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외감법을 대표 발의한 이도 채 전 의원이다. 현 수장은 이명박(MB) 정부 때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회장이다.
예측불허인 이번 경선의 변수는 처음 도입하는 ‘전자투표’다. 직접 투표였던 과거엔 투표율이 30% 안팎에 불과했다. 그 결과 빅4 회계법인 출신들이 한공회 회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체 투표권자의 70%가량인 ‘3040 청년층 회계사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전망이다. 채 전 의원도 출마 결심 직전까지 청년층 회계사의 표심을 분석하고 출마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