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단오제는 풍농, 풍어와 함께 마을과 집안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고유의 향토 제례 의식이자 축제다.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에서 무언극 관노가면극이 흥겹게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래 단오는 보리를 수확하고 모심기가 끝난 뒤에 한바탕 놀면서 쉬는 명절로서 농경사회에서 풍농 기원제의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강원도 영동지역에서 단오제는 바다와 접한 강릉을 중심으로 풍농, 풍어와 함께 마을과 집안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고유의 향토 제례 의식이자 축제로 발전해 왔다.
강릉단오제에서는 산신령과 남녀 수호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단오 제례와 굿, 그리고 관노가면극을 비롯한 다양한 민속놀이 등이 펼쳐진다. 이 기간에 전국 최대 규모의 노천시장인 ‘난장’이 열려 지방 특산품과 공예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경연이 진행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색이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온라인을 통해 여러 행사와 이벤트가 진행된다.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신주근양’(신에게 드릴 술을 담그는 일)으로부터 시작되어 음력 5월 7일 송신제(신을 대관령으로 보내는 제사)를 올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제사를 드리는 대상은 이 지역을 지켜주는 국사성황신과 대관령산신 등이다. 국사성황신은 신라 때의 고승으로 영동지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범일국사를, 대관령산신은 삼국통일을 이끌어 낸 김유신 장군을 각각 신격화한 존재라고 한다. 강릉단오제는 유교·무속·불교의 제례 의식이 공존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강릉 지방 사람들은 신들에게 드리는 제사를 통해 자연재해를 입지 않고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신주근양’(신에게 드릴 술을 담그는 일)으로부터 시작된다. 강릉의 옛 관아인 칠사당에서 제관들이 부정 타지 않도록 입을 모두 가린 채 제주로 사용할 신주를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오제가 시작된 구체적인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매우 깊은 역사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사’에는 태조 왕건의 상서로운 꿈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이를 통해 대관령 성황사(신을 모신 사당)가 오래전부터 존재했음을 짐작케 한다. 조선 전기의 문인인 남효온의 저서 ‘추강냉화’에는 “매년 3, 4, 5월 중 택일하여 산신에서 제사를 지내고 사흘 동안 음주가무를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강릉단오제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강릉 출신 문인인 허균이 남겼다. 그는 자신의 문집 ‘성소부부고’에서 강릉단오제를 직접 보고 “김유신 장군에게 제사를 드린다”고 썼다. 김유신이 어려서 명주(신라 때 강릉지방 지명)로 유학 와서 무술을 배웠는데, 삼국을 통일한 후 죽어서 대관령 산신이 되었다는 것. 또한 이 산신이 영험하여 사람들이 해마다 5월에 대관령에 가서 신을 맞이하여 즐겁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강릉단오제는 예부터 민중을 중심으로 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진 민·관 공동의 축제였다. ‘승정원일기’ 인조 16년(1638) 5월 5일자에는 강릉단오제의 제삿술을 실족하여 엎어버린 수복(조선시대에 묘, 사당, 서원 등을 청소하는 일을 맡은 구실아치)을 처벌해 달라고 청하는 예조의 글이 실려 있기도 하다. 현재도 강릉단오제의 중요 제사 의식에서 강릉시장을 비롯한 각급 기관장들이 제관 직을 수행하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단오제례와 굿, 관노가면극 등 3가지 부문으로 나뉘어 전승되고 있다. 단오굿은 무격(무당과 박수를 아울러 이르는 말)에 의해 전승되며, 춤과 음악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문화재청
강릉단오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어 단오제례와 굿, 관노가면극 등 3가지 부문으로 나뉘어 전승되고 있다. 단오제례는 기본적으로 유교 의례의 규범을 따르는데, 복식을 갖추어 산신제와 송신제 등 제례 의식을 치른다. 단오제례의 예능보유자는 2000년에 지정된 조규돈이 맡고 있다. 단오굿의 경우 무격(무당과 박수를 아울러 이르는 말)에 의해 전승되며, 춤과 음악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단오굿에서 무녀에는 빈순애가, 악사 부문에는 신동해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다.
관노가면극은 본래 관노들이 연희하던 탈놀이로 강릉 지방에서 전승돼 왔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으나 1960년대 들어 민속학자 임동권의 노력으로 복원되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춤과 동작 위주로 진행되는 전통 무언극이기도 하다. 양반광대 역의 김종군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아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기나긴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예술성이 뛰어난 다양한 무형문화유산과 함께 한국의 독창적인 풍속이 전승되어온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축제라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문화적 독창성 등을 인정해 2005년 강릉단오제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자료협조=유네스코한국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