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해 전 거래일보다 4.18포인트(0.19%) 오른 2151.18로,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71포인트(0.64%) 오른 742.37에 장을 마감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코스피는 4일 종가 기준 연초 대비 고작 2.12% 낮은 수준이다. 구 산업 대표주인 현 국내 5대 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물산, 포스코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 -6.8%, -10%, -1.4%, -14.2%로 모두 마이너스다. 반면 신 산업으로 꼽히는 5종목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는 50.1%, 36.5%, 24.7%, 65.5%, 47.9%로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앞선다. 바이오주는 코로나19 치료제, 게임주는 이른바 ‘집콕’ 수요 덕분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런데 네이버와 카카오는 내용을 좀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네이버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조 73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다. 영업이익도 2215억 원으로 7.4% 증가했고, 세전이익은 2539억 원으로 33.7% 급증했다. 부문별 매출 성장세를 보면 일반검색, 쇼핑검색 등의 비즈니스 플랫폼이 12%, 네이버페이와 클라우드, 라인웍스 등 IT플랫폼이 무려 49.4%에 달한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플러스멤버십’ 계획을 밝혔다. 월 4900원으로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웹툰 미리보기, 음원 스트리밍, 클라우드 제공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미용실, 식당, 쇼핑 등도 네이버에서 이용하고 결제하면 현금과 유사한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앞서 ‘네이버통장’ 계획도 밝혔는데, 네이버를 통한 금융서비스 접근 채널이다.
카카오의 올 1분기 매출은 86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9%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882억 원과 12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배 넘게 폭증했다. 카카오는 콘텐츠(멜론, 게임, 웹툰·웹소설, 캐릭터)와 플랫폼 부문이 모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플랫폼 부문에 포함되는 모빌리티와 페이 등 신사업의 잠재력이 크다. 포털에서는 네이버에 밀리지만 SNS와 모바일 부문, 금융서비스 부문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금융부문에서는 오히려 네이버를 앞서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새 서비스들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우리 일상과 관련된 대부분의 서비스가 이들 플랫폼에서 가능하게 된다. 기업과 상점들도 결국 이들 플랫폼에서 얼마나 부각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오는 셈이다. 특히 전 국민의 경제 활동 데이터가 이들 플랫폼에 집중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도 폭발적인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이들이 금융투자와 같은 인간 고유의 판단 영역에 진출하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국내 뉴스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알고리즘은 이미 국민들의 사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미 선거에서도 포털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경제생활과 정치적 선택까지 움직일 수 있는 ‘슈퍼파워’가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셈이다.
미국이 3월과 4월에 발표한 코로나19 대책 규모는 약 2조 6000억 달러다. 5월 말까지 사용된 액수는 채 4%도 안 되는 950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4조 달러이던 미국 연방준비제도 자산은 5월 7조 달러로 불어났고, 연말에는 9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시 반등 국면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다. 모두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이다. 금융위기 이후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오른 종목들이다.
국내에서도 3차 추경까지 정부가 발표한 지원액만 175조 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 집행된 자금이 채 10%도 되지 않는다. 취약계층과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을 위한 생존 자금이 상당수이고, 시장 안정을 위해 부동자금으로 풀릴 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초저금리인 만큼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구 산업 가운데 저평가 매력이 큰 종목으로 순환매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미국 사례를 볼 때 몇 배 수준의 상승을 이끌 종목들은 역시 플랫폼 기업들일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