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지난 4월 28일 신격호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롯데물산 주식 409만여 주는 신영자, 신동주, 신동빈 남매에 상속됐다. 상속비율은 50:25:25다. 하쓰코 씨와 신유미 씨에게는 상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6월 1일 롯데물산은 유상감자를 단행하면서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지분을 자기주식취득 형식으로 매입했다. 매입가격은 주당 5만 6249원이다.
2019년 말 기준 롯데물산의 주당순자산가치(BPS)는 7만 4786원이다. 롯데물산은 그룹 내 시가총액 1위인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다. 자기자본만 4조 원이 넘는 회사다. 그럼에도 신영자 이사장 남매가 넘긴 가격은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롯데물산이 비상장사이고 지난해 주당순이익(EPS)이 1주당 1135원에 불과해서 이 같은 가치 산정이 가능했다.
롯데물산은 2016년과 2017년만 해도 연간 5500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EPS는 9100원을 넘고 BPS도 8만 4000원에 육박했었다. 하지만 2019년 롯데케미칼 지분매각 실현손실로 6108억 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는 580억 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한다면 지금보다는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기업가치가 가장 낮은 시점에 상속이 이뤄지면서 신동빈 회장의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우 자산가치가 낮을 때 상속받은 것은 불리할 수 있지만, 덕분에 현금화가 어려운 비상장사 지분을 유동화시킬 수 있었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누나와 형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면서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할 수 있게 됐다.
롯데물산의 자기주식취득가로 3남매의 상속세 과세대상 액수도 사실상 확정됐다. 신영자 이사장 1149억 원, 두 형제 각각 579억 원씩이다. 절반가량을 상속세로 낸다고 보면 신영자 이사장은 574억 원, 신동주 전 부회장은 290억 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지배력이 필요한 만큼, 급여와 배당 등으로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보유한 다른 롯데 계열사 주식들도 조만간 상속이 이뤄질 수 있다. 모두 상장사들이다. 4일 종가 기준 가치는 롯데지주(보통주 3.09%, 우선주 14.16%) 1258억 원, 롯데제과(보통주 4.48%) 358억 원, 롯데칠성(보통주 1.3%, 우선주 14.16%) 173억 원, 롯데쇼핑(보통주 0.93%) 243억 원 등 모두 2032억 원이다. 이를 롯데물산과 같은 비율로 상속한다면 신영자 이사장이 1016억 원,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각각 508억 원 규모다. 롯데물산 지분 매각대금(세후)이 예상 상속세와 거의 일치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