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교원 학습지 교사들의 한숨은 늘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 교원빌딩. 사진=이종현 기자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창업해 국내 학습지 시장을 선도하는 교원그룹은 지난해 매출 1조 4560억 원, 영업이익 1060억 원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18년 대비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53.8% 대폭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고전 중인 학습지 업계 사정을 감안하면 교원그룹의 실적은 놀라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육 부문에서 교원그룹이 사활을 걸어온 에듀테크 부문이 성과를 뒷받침했다. 장 회장의 외아들 장동하 기획조정실장은 교원크리에이티브 대표를 맡아 에듀테크 사업을 이끌어왔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수준별 학습을 제공하는 스마트구몬, 스마트빨간펜 등을 개발해 많은 회원을 유치했다.
비교육부문으로도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교원더오름을 비롯해 렌탈, 여행, 호텔, 온라인몰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부정 우려 낳은 다단계 식 영업
교원그룹의 사업영역은 다양하지만 판매망이나 영업전략은 방문판매 채널을 활용한 다단계 식 영업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영업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부정영업이 횡행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데도 사측은 영업사원들의 실적을 압박하고 매출 감소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원그룹의 매출 70% 이상을 담당하는 학습지 부문은 일선 교사들이 특수고용직으로 고용돼 영업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회사에서 받는다. 가령 학생이 한 과목당 3만 5000원인 학습지 수업료를 내면, 교사가 이를 회사에 입금한 뒤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신규 회원을 많이 유치할수록 교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비율이 높아진다. 반대로 학습지 구독을 끊는 회원이 늘면 그에 따른 수익이 줄어들고 수수료 비율도 낮아진다.
교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을 꺼리는 학생들이 학습지 구독을 끊는 사례가 속출했음에도 사측으로부터 부정영업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일선 교사들은 교원그룹의 정규직 직원인 ‘지구장-지국장-사업국장-총국장’으로 이뤄진 영업조직의 관리를 받는다. 교사들은 영업관리자로부터 교사 간 실적 비교와 영업압박을 받고, 영업관리자는 사측으로부터 주 단위로 실적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영업관리자들은 사측으로부터 상당한 실적 압박을 받고, 그 부담이 다시 교사들에게 전달되는 셈이다.
한 교사는 “학생이 학습지를 끊으면 절독 처리를 신청하는데 즉각 승인을 해주지 않아 한 달에 20만 원가량을 사비로 메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2018년 교사의 수수료제도가 변경된 뒤 도리어 처우가 나빠져 불만이 많다. 일선에서 느끼는 학습지 영업은 불황인데 회사는 연일 실적이 늘고 있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교사용 패드 강매 의혹까지
교원그룹이 에듀테크를 도입하며 패드를 교사들에게 강제로 판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스마트구몬을 신청한 학생을 유치하려면 교사용 패드가 필요한데 이조차 교사가 사비로 구입했다는 것. 교원그룹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패드를 판매하고 에듀테크를 강조하며 광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회원 유치를 위해 교사는 패드를 구매해야 하고, 회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기기 판매에 회원 유치까지 수익을 올려왔다.
또 다른 교원 학습지 교사는 “코로나19로 회원 수가 대폭 줄어드니 사측에 특별 상황을 감안해 방안이나 지원을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회사는 아무런 답이 없다”며 “회원 감소로 인한 모든 손해는 일선 교사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원그룹은 학습지 교사가 직접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영업 일선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일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교원그룹의 교사 관리 형태와 영업조직 관리 방식을 보면 이들은 특수고용직이라기보다 업무지시를 받는 근로자에 가깝다. 교사들은 월 8회 이상 출근하고 교육을 받아야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어 사실상 근로자와 다름없는 근태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업무지시를 받고 있다.
교원그룹 측은 “교사들은 직접 고용된 근로자가 아닌데다 노동조합이 정식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상태라 직접 대화를 하지는 않고 있다”며 “교사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늘어나게끔 2018년 실적에 연동된 최고수수요율을 인상하고, 절독 회원에 대한 보고와 승인체계를 축소해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교원 안팎에서는 오너 일가의 승계작업 때문에 영업조직의 실적 압박이 더 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력사업인 학습지 사업이 사양산업인 데다 신사업 역시 상조업, 다단계 사업이어서 일선의 판매조직에서 수익을 늘리는 것 외에는 경영성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의 교사는 “지국에 가면 관리자들이 다들 많이 긴장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며 “교원구몬이 별도 법인으로 분할되는데 당장 변화는 없지만 앞으로 실적 압박이 커질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분리 경영으로 실적 압박 커진다?
최근 교원그룹 계열사인 교원구몬은 교육과 관련된 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 교원구몬에서 맡기로 했다. 기존의 부동산임대사업, 호텔, 연수원 등은 존속법인이 상호를 교원프라퍼티로 변경한다. 교원구몬의 법인 분할을 두고 재계에서는 승계작업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 2세들이 자연스럽게 교육부문과 비교육부문을 나눠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 회장의 장녀 장선하 상무는 입사 이후 호텔사업 부문을 맡아왔고, 장동하 실장은 에듀테크와 IT사업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교원구몬과 교원프라퍼티의 이사진 구성을 살펴보면 오너 2세의 분리경영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지난 1일 신설된 교원구몬은 장평순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사내이사에는 장동하 실장이, 감사에는 장 회장의 아내 김숙영 씨가 이름을 올렸다. 교원프라퍼티는 지난 1일자로 장선하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상조업을 하는 교원라이프에도 변동이 있었다. 장 실장은 2019년 6월 상조업을 하는 교원라이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사내이사에도 이름이 빠졌다. 대신 김춘구 신임 대표이사가 교원라이프를 맡고, 장 상무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교원그룹 측은 “신설법인으로 교원구몬을 떼어낸 것은 회계 투명화와 교육 사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법인이 분할되었어도 각 법인의 지분 100%를 회장이 보유하고 있어 승계작업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