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 삼양그룹은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 심화에 맞서 ‘수익 중심 경영, 디지털 혁신, 글로벌 인프라, 미래 준비’에 주력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삼양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의 원동력은 ‘융합, 오픈 이노베이션, 디지털 혁신’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려면 기술력을 바탕에 둔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 발굴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양그룹은 삼양홀딩스를 지주사로 두고 있으며 핵심 사업 영역은 식품, 화학, 패키징, 의약바이오다. 이들은 이질적이면서도 서로 연관돼 있어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기에 유리하다. 삼양그룹은 기술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소통과 협업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삼양홀딩스는 ‘성장토크(talk)’로 신규 사업 발굴 및 도전적인 조직문화를 육성하고 있다. 성장토크는 신규 사업과 관련된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직원끼리 팀을 구성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삼양그룹 직원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작년 11월 개최된 ‘제 2회 성장토크 아이디어 피칭데이’에서는 ▲헬스 앤 웰니스(Health & Wellness) ▲친환경 ▲디지털 등 3가지 주제로 공모한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했으며 삼양그룹의 기존 사업 역량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아이디어가 주를 이뤘다. 최종 선발된 아이디어는 향후 약 1년 간 인큐베이팅(초기 사업화)과정을 거친다. 삼양홀딩스는 인큐베이팅 기간 동안 시제품 생산 및 구체화 과정 등을 위한 지원금, 멘토링 등을 제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한다.
삼양그룹 내 기술 융합의 대표적 사례는 2014년 삼양사에서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이소소르비드(isosorbide)다. 이소소르비드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원료 물질로 식물 자원에서 전분을 추출해 가공하는 기술과 이를 활용한 화학적 처리 기술이 모두 요구된다.
현재 이소소르비드를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공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삼양을 포함해 두 곳뿐이다. 이소소르비드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내구성, 내열성, 투과성 등이 향상돼 모바일 기기와 TV 등 전자 제품의 외장재, 스마트폰의 액정필름, 자동차 내장재, 식품용기, 친환경 건축자재 등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삼양그룹은 작년 7월 전라북도 군산시와 이소소르비드 공장 증설을 위해 약 71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하며 화이트 바이오(산업바이오)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삼양그룹은 우레탄, 접착제 등 이소소르비드를 이용한 제품 연구에 나서 시장 확대에 주력해 왔으며 공장이 증설되면 연간 약 1만톤 규모의 이소소르비드 생산이 가능하다.
삼양그룹 계열사 간의 소통과 협업을 통한 성과물도 나왔다. 삼양사의 화장품 사업 브랜드 ‘어바웃미’는 의약바이오 사업과 화장품 사업의 협업으로 더마케어 전문 브랜드 ‘메디앤서’를 런칭했다. 메디앤서는 의약바이오 계열사인 삼양바이오팜과 어바웃미의 강점을 활용해 ‘메디앤서 콜라겐 리프트업 밴드’, ‘메디앤서 펩타이드 리프트업 크림’ 등 피부 탄력 케어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김윤 회장은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를 당부하며 임직원의 글로벌 역량 및 전문성 확보와글로벌 인프라 확대를 강조했다. 이에 맞춰 삼양그룹은 전 사업 분야에서 스페셜티 소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삼양사의 알룰로스는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안전 원료 인증(GRAS)을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등에 들어 있는 단맛 성분으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는 ‘제로’ 수준이어서 최적의 차세대 감미료로 불린다. GRAS는 식품 원료로 사용하기 적합한지 인증해 주는 제도로 이 인증을 받으면 안전성 염려없이 식품에 쓸 수 있다. 당류 저감화 트렌드에 따라 전 세계 알룰로스 시장은 2023년 약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양사는 이번 인증을 발판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할 예정이다.
의약바이오 사업 계열사인 삼양바이오팜은 리프팅실 브랜드 ‘크로키(croquis)’를 ‘세계미용성형학회(IMCAS) 2020’에 선보이며 글로벌 미용성형 시장에 데뷔했다. 리프팅실은 피부 탄력과 주름 개선 목적의 시술에 사용되는 의료용 흡수성 실이다. 삼양바이오팜은 데이터 위주의 근거 중심 마케팅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양바이오팜은 크로키의 안정성, 유효성을 재확인하고 얼굴 부위별로 최적의 효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실의 탄성, 강도 등의 물성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미국, 프랑스, 스페인의 피부과, 성형외과 전문 의료진과 임상을 진행 중이다.
삼양그룹은 디지털 혁신을 위한 8대 과제를 추진하며 전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양그룹 연구소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R&D’시스템을 도입해 연구 효율화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 R&D의 핵심은 데이터화, 지능화 두 가지다.
삼양그룹 연구소는 2018년 RnDB(연구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디지털 자산화 했다. 향후 연구과제 관리시스템, 통합R&D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내외부 데이터를 연계시켜 데이터 활용도를 극대화 할 예정이다. 지능화는 축적된 데이터에 AI 등을 접목해 연구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삼양그룹은 화학, 정보전자소재, 식품, 의약 등 모든 연구분야에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가상 실험을 도입 중이다.
데이터화와 지능화가 결합된 대표적 사례가 삼양사 화학연구소의 컬러랩이다. 작년 문을 연 컬러랩은 고객이 원하는 색상을 플라스틱에 정확히 구현하기 위한 연구 공간이다. 컬러랩은 오랜 기간 축적한 생산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자체 조색시스템을 구축하고 AI를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였다. 현재 삼양사 화학연구소는 외부기관과 협업해 AI를 활용한 ‘색상예측모델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현재 업무 프로세스 대비 30% 정도 개발 속도를 향상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에 따라 영업 조직의 업무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험과 담당자의 판단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우선이다. 자사 및 경쟁사 판매 실적은 물론 소비자 동향 및 기호 조사 결과 등을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해 의사 결정의 근거로 삼고 있다.
삼양그룹은 최근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디지털 혁신 속도를 더욱 높혔다. RPA는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예를 들어 매일 변동하는 환율 정보 확인에 RPA 기술을 적용하면 담당자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업데이트 해주는 식이다. 단순 반복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추가로 확보되는 만큼 핵심 업무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삼양그룹은 2019년 식품 사업 계열사를 대상으로 RPA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기술을 검증하고 RPA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당시 영업, 생산, 경영 관리 등의 부서에서 총 18건의 업무를 자동화해 연간 2000 시간 이상 소요되던 업무 시간을 90% 이상 절감했다. 이어 보다 난이도 높은 과제에도 RPA를 적용해 화학 사업 공장, B2C마케팅, 경영기획 등의 업무에도 RPA를 확대 적용해 업무 시간 절감 외에도 경영 가시성 확보, 리스크 관리, 품질 및 생산성 제고 등의 성과를 거뒀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삼양그룹은 정도경영과 신뢰경영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 외부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최근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글로벌 불확실성 심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성장을 향한 도전을 지속할 것”이라 설명했다.
김선호 기자 Sh55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