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된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에게 SNS를 통한 추모글을 남겼다. 사진=최준필 기자
윤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소장님의 영혼을 살피지 못했다. 정말로 미안하다”고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이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나”라며 “할머니와 우리 손 잡고 세계 여러 바퀴 돌며 함께 다녔는데 나더러 어떻게 잊으라고요”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부실 운영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로 인한 괴로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우리 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다”며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대표님, 힘들죠? 얼마나 힘들어요’ 전화만 하면 그 소리(를 했다). 나는 그래도 잘 견디고 있어요, 우리 소장님은 어떠셔요? (하고 물으면) ‘내가 영혼이 무너졌나봐요, 힘들어요’ 그러고는 금방 ‘아이고 힘든 우리 대표님께 제가 이러면 안 되는데요. 미안해서 어쩌나요’(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소장님,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 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죄인도 아닌데 죄인 의식을 갖게 하고, 홀로 그것을 감당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저는 소장님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버텼다”라면서도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우리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다. 정말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윤 의원은 “외롭더라도 소장님, 우리 복동할매랑 조금만 손 잡고 계세요.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라며 추모했다.
정의기억연대도 7일 손 소장을 추모하는 부고 성명을 올렸다. 사진=정의기억연대 제공
사랑하는 손영미 소장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요.
할머니와 우리 손잡고 세계를 여러바퀴 돌며 함께 다녔는데 나더러 어떻게 잊으라고요.
악몽이었죠. 2004년 처음 우리가 만나 함께 해 온 20여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날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3월 푸르른 날에조차 우리는 생각조차 못했지요. 우리 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지요.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대표님, 힘들죠? 얼마나 힘들어요.” 전화만 하면 그 소리. 나는 그래도 잘 견디고 있어요. 우리 소장님은 어떠셔요? “내가 영혼이 무너졌나봐요. 힘들어요.” 그러고는 금방 “아이고 힘든 우리 대표님께 제가 이러면 안되는데요. 미안해서 어쩌나요..”
우리 소장님,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저는 소장님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버텼어요.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어요.
그러느라...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우리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어요.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우리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네요.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소장님... 나는 압니다. 그래서 내 가슴이 너무 무겁습니다. 쉼터에 오신 후 신앙생활도 접으셨고, 친구관계도 끊어졌고, 가족에게도 소홀했고, 오로지 할머니, 할머니... 명절 때조차도 휴가 한 번 갈 수 없었던 우리 소장님... 미안해서 어쩌나요. 당신의 그 숭고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 가슴 미어집니다.
외롭더라도 소장님, 우리 복동할매랑 조금만 손잡고 계세요.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사랑하는 나의 손영미 소장님, 홀로 가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젠 정말 편히 쉬소서.
윤미향 올림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