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냥소녀 은집사’ 채널이 제2의 갑수목장으로 지목되며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5월 초 이들이 펫숍에서 구매한 동물을 유기동물로 둔갑시켜 거짓 영상을 올렸다는 의혹이 폭로됐다. 게다가 펫숍에서 구매한 동물을 촬영하기 위해 학대하거나 굶겼다는 폭로도 나왔다. 동물이 배고파졌을 때 달려오는 영상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유기동물을 위해 쓰겠다며 받은 후원금도 메르세데스-벤츠나 포르셰 같은 고급차를 계약하는 데 들어갔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에서 제2의 갑수목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채널이 있다. 갑수목장과 비슷하게 유기견을 구조하면서 큰 인기를 얻은 ‘멍냥소녀 은집사’라는 채널이다. 이 채널은 4월 ‘버릴 거면 키우지 마세요. 유기견 구조 말티즈’라는 영상이 150만 조회수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 영상에서 은집사는 지나가는 길에 스티로폼 박스가 움직이는 걸 이상하게 생각해 촬영을 시작한다. 개 한마리가 스티로폼 박스에 있었고 은집사는 이 개를 구조한다. 은집사는 구조한 개에게 ‘온기’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치료를 한다. 그녀는 “개를 치료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며 후원금을 받기 시작했다. 관련 영상이 큰 인기를 끈 이후 은집사 채널은 구독자가 급격하게 늘었다. 은집사는 영상이 몇 개 되지 않았음에도 6만 명 이상 구독자를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곧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먼저 개가 버려졌다고 주장한 스티로폼 박스 높이가 굉장히 낮았음에도 개가 탈출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이상하다는 지적이었다. 유기된 개라면 당연히 박스 밖으로 나갈 만한데 마치 은집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가만히 있는 게 이상하다는 얘기였다. 또한 일반적으로 유기된 개는 성견이 많은데 유기견이라기에는 개가 어리고 지나치게 귀여웠다. 반면 이것은 정황 증거일 뿐 이것만으로는 의심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다른 유튜버들이 은집사 의혹을 저격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조작된 영상을 팩트체크하는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주작감별사’가 대표적이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전국진 씨는 “구독자 가운데 의심 간다는 분들의 제보가 있었다. 제보를 받은 이후 살펴보니 이상하다는 촉이 왔다”며 “유튜브를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철저한 설계에 의해서 시작한 정황이 보였고, 굳이 안 해도 될 거짓말들을 한 것도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전 씨가 알아낸 팩트는 이렇다. 먼저 온기가 버려져 있던 스티로폼 박스는 은집사가 당초 설명했던 편의점 근처가 아닌 은집사의 집 바로 앞이라는 점이다. 또한 은집사가 ‘유기견 습득 후 구청에 신고했다’고 했지만 확인 결과 구청에 비슷한 신고내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은집사 의혹의 실체를 확인한 결정적 증언은 바로 은집사가 방문했다는 동물병원 원장에게서 나온 말이었다. 이 동물병원 원장은 전국진 씨와의 통화에서 “은집사가 (온기를) 수술해야 한다고 방송에서 이야기하면서 후원을 받았다는데 중성화 외에는 딱히 수술할 곳이 없다. 귓병 등 조금 치료할 곳이 있어 내원하라고 해도 두 번 방문한 뒤로는 개는 데려오지 않고 이상한 질문만 하기에 다시 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은집사가 동물을 아끼는 사람 같지는 않다. 영상을 보니 병원에서 개에게 처방한 약을 고양이에게 먹였다. 고양이가 잘못된 약을 먹고 침을 흘리는 장면을 찍으며 웃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멍냥소녀 은집사 채널에서 업로드한 영상 중에는 개에게 먹여야 할 약을 고양이에게 먹인 영상도 있었다. 사진=멍냥소녀 은집사 채널 영상 캡처
이 동물병원 원장은 이 건으로 인해 지나친 관심이 모아지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은집사 측에서 동물병원 원장을 찾아가 자신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6월 3일 전국진 씨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통화 음성 부분은 동물병원 원장의 요청으로 영상에서 잘라낸 상태다.
충격적인 증언이 나오면서 여론은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당초 은집사를 의심하지 말라던 구독자들도 은집사 영상에 해명을 요구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하지만 은집사는 5월 27일 ‘고소했습니다’ 영상에서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는 얘기 이후에는 별다른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일요신문은 은집사 측에 현재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전국진 씨는 “은집사를 파헤칠수록 진심으로 화가 났다. 은집사가 동물을 대하는 마음이 돈벌이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 지금이라도 해명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갑수목장 사건에 이어 은집사 사건까지 터지면서 펫코노미란 단어도 재조명되고 있다. 펫코노미는 펫(Pet)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떠오르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는 올해 3조 3753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동물 시장이 커짐에 따라 동물을 하나의 돈벌이 도구로만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펫코노미의 어두운 면도 드러나고 있다. 반려동물 애호가들은 동물에 돈을 쓰는 걸 아끼지 않다 보니 이 돈이나 후원금을 노리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수의사)는 “동물 애호가라고 하면서 고양이·강아지 동호회에 가입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동호회 사람들끼리 동물을 키우다 중간에 다른 종을 키우고 싶다고 교환하는 경우도 봤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동물이 갑자기 다른 집에 가면서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을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동물을 좋아한다면서 동물을 이용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펫코노미의 그늘도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싶다. 동물을 물건이나 도구로 본다는 점에서 일부 동호회 사람들이나 갑수목장이나 같은 선상에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