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정책을 내세운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고용보험 정책을 꺼내든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일요신문DB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집권 여당이 기본소득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월 6일 이 지사는 “기본소득에서 기초연금의 데자뷔가 느껴진다”면서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노인기초연금 정책을 선점하지 못했던 과거를 지적했다.
이틀 뒤인 8일 이 지사는 “우선 연 20만 원에서 시작해 회수를 늘려 단기목표로 연 50만 원을 지급한 후 경제효과를 확인하고 국민의 동의를 거쳐 점차 늘려 가면 된다”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기본소득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경제 선순환과 지속적 경제성장을 담보하는 경제정책”이라면서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할 경제정책 ‘기본소득’을 백가쟁명의 장으로 이끈 위원장님(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 어젠다 선점을 놓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우파 공약을 따라간다는 비판과 함께 거시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동조 여론도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 지사가 주장한 기본소득제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의원 176명이 참여한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방엔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 주장과 관련한 비판 글이 올라왔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한국적 현실에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이 지사를 저격했다.
신 의원은 이 글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을 처음에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엔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빌 게이츠 등 서구 우파들이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이유와 정확히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의원은 “이 지사는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진보좌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불평등 완화 대신 경제 활성화·성장이란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출신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가 말한 기본소득이 과연 기본소득이냐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월 10일 이 의원은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다 준다는 보편성, 어떤 조건 없이 준다는 무조건성, 국민 개별에게 주는 개별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본소득은) 주기적으로 항상 줘야 하고 충분히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6월 9일 이 지사는 민주당 내부의 기본소득 비판 여론과 관련해 “(비판 제기를) 환영하고 고언에 감사드린다”면서 “다양한 의견이 보장되고 서로의 주장을 경청하며 활발한 토론이 가능해야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어 이 지사는 “당에서 한번 논의할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 지사,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세운 전국민 고용보험 정책은 호응이 주를 이룬다. 박 시장은 6월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민 고용보험이 기본소득보다 정의로운 일”이라면서 이 지사가 제시한 정책에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날 선 비판으로 저격했던 신동근 의원은 박 시장의 고용보험 정책엔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 의원은 이 지사를 비판하는 글에서 “여전히 선별복지와 사회투자가 답”이라면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민취업제도,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가 바로 사회투자의 확대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박 시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6월 9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보험 의제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6월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하고 고용보험 가입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지금의 위기를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안전망은 고용안전망 구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면서 “한국판 뉴딜의 궁극적인 목표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시한 기본소득에 맞서 대립각을 잘 세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채 연구위원은 “사실 그간 정치권에서 박 시장의 존재감이 미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책을 놓고 유의미한 토론을 이어간다면,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가 펼쳐지기 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관련기사 ‘이낙연은 빼고’ 2위 싸움이 더 후끈! 여권 차기 경쟁 조기점화).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