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DLF 사태 때 고객의 금융거래정보와 개인정보를 법무법인에 제공했다. 금감원은 이를 위법이라 판단하고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 6월 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금융실명법 위반 사례에 대한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해 DLF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에서 하나은행이 고객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유출한 행위에 따른 조치다. 하나은행은 DLF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과 투자 위험성 등을 안내하지 않고 불완전 판매한 것과 별개로 추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의 ‘하나은행에 대한 부문검사 결과 제재내용 공개안’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1936개 계좌의 금융거래정보를 법무법인에 제공했다. 금융실명법 제4조에는 고객의 서면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않고 금융거래 정보를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다.
반면 하나은행은 DLF 상품 민원을 신속하고 정확히 처리하고자 법률자문을 받은 것이라 해명했다. 업무상 필요한 고객 정보는 고객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금융실명법 예외조항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하나은행은 금감원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총 3회에 걸쳐 요구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변호인을 위한 비밀보장과 법무법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6월 4일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DLF피해자대책위원회 하나은행 피해자 모임(피해자 모임)은 DLF·DLS사태 관련 고소·고발장을 제출하고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추가로 발견된 위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하나은행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정보 유출과 배상 책임 회피에 대한 책임을 묻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처음엔 금융실명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지만, 은행장의 지시로 DLF 사태 대응 TF가 운영됐고 개인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DLF 사태와 관련돼 문책경고를 받은 경영진들은 행정소송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아울러 법원의 판결 전까지 징계 효력을 중단하기 위해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나은행도 기관에 대한 징계 효력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하나은행은 DLF 상품을 판매한 직원의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KEB하나 노동조합은 “DLF 사태는 내부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영업을 강요한 결과다. 그런데도 임원진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직원만 징계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직원들에 대한 내부 징계를 진행했고 중징계가 아닌 견책 정도의 경징계”라며 “행정소송은 금감원 제재가 과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다시 한 번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DLF 배상 관련해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일부 하나은행 피해자는 “우리은행은 금감원의 DLF 배상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마무리했지만, 하나은행은 DLF 외부 배상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들에게 더 적게 배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DLF 상품 가입 이전에 치매를 판정 받은 피해자조차 55% 배상 통보를 받았다. 하나은행이 치매 고객이지만 과거에 투자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배상률을 낮췄다는 것이 이 모임의 주장이다. 피해자들은 제각기 다른 배상률과 관련해 판단 기준을 요구했지만, 하나은행은 내부 결정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배상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보도자료를 뿌리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깜깜이 심사와 배상에 대해 민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3월 만기가 도래해 강제 청산을 당한 고객 중심으로 소송 의지가 강하다. 3월 만기였던 고객들의 손실률이 80%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율조정 배상을 통해 5월 말 기준 피해자의 93%에게 배상액을 받아갔고 97% 고객에게 배상률을 통보했다”며 “금감원 배상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배상했는데, 배상에 불만이 있다면 민사소송 등의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