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에 따르면 이 수사관은 주가조작 세력들로부터 투자 정보를 들었다가, 손실이 발생하자 “손실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돌려받은 돈이 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진정 내용을 토대로 감찰을 진행했던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이를 수사로 전환했다.
사건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주가조작 세력들이 비호세력으로 ‘관리’를 했다며 문제 삼은 것은 이 수사관을 비롯해 사무관 등 4~5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검찰이 수사를 덮으려 하지 않는다면, 진정에 이름을 올린 검찰 수사관과 사무관 모두 처벌받아야 정상”이라고 설명했는데, 일각에서는 주가조작 세력과 검찰 내 은밀한 연결고리가 이번 기회에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직 검사는 없지만 실제 금품수수 등이 있었다면 ‘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이 아무개 씨(현직 검찰 수사관)가 최근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특감반원으로 근무했던 이 아무개 수사관. 검찰에 들어온 진정 관련 내용을 종합하면, 그는 2017~2018년 사이 평소 친분이 있던 주가조작 세력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주식에 거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는 실패로 끝났다.
이 수사관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해당 세력을 찾아가 “내가 손해를 본 금액을 변상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실패한 투자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 것인데, 특감반원의 요구에 주가조작 세력은 5000만 원가량의 손실금을 돌려줬다.
하지만 이 요구는 부메랑처럼 문제가 돼 돌아왔다. 지난해 중순, 서울남부지검에서 라임자산운용 및 신라젠 관련 주가조작 세력을 타깃으로 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궁지에 몰린 세력들이 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 수사관의 비호를 기대했던 이들은 처벌이 불가피해지자 결국 검찰에 이 수사관 관련 진정을 제기했다. 검찰이 곧바로 움직이지 않자 이들은 추가로 여러 차례 진정을 제기했다.
주가조작 세력의 계속되는 진정에 결국 검찰도 감찰에 착수했다. 현재 서울고검이 관련 감찰을 담당 중인데 이 수사관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11월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감찰 진행을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징계 및 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최근 검찰은 이 수사관이 특감반원 근무 전부터 해당 세력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을 포착했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검찰은 감찰에서 수사로 전환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일요신문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이 수사관에게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주가조작 세력의 역습?
문제는 처벌을 받게 된 주가조작 세력들이 이 수사관만 걸고넘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 흐름에 정통한 인사는 “주가조작 세력들이 이 수사관과 관련한 진정만 넣은 게 아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관리’ 해오던 수사관과 사무관 등 4~5명을 찔렀다”고 털어놨다.
이번 기회에 주가조작 세력 발 ‘검찰 게이트’가 터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주가조작 세력 관계자는 “검찰 수사관은 물론 현직 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주식 투자 등 이들의 자산 관리를 대신 해준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10년 전만 해도 검사 가운데 주가조작 세력에 투자한 사람도 있었다”며 “보통 공고하게 검찰과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구속되지 않고 오래 일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다들 어떻게든 검사나 수사관과 ‘관계’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기된 진정에는 현직 검사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간부급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 아무개 수사관 얘기가 나오자 주가조작 세력 사이에서 ‘검사도 관리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그동안 서울남부지검이 금융범죄 수사를 전담하면서 시작됐던 주가조작 세력의 ‘검찰 관리’가 결국 문제로 터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간부급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그동안 서울남부지검이 금융범죄 수사를 전담하면서 시작됐던 세력의 검찰 관리가 결국 문제로 터지는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서울남부지검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한편 정작 검찰이 주가조작 세력을 수사하면서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정·관계 로비는 드러나지 않았다. 신라젠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최근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로비 의혹은 수사도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6월 8일 ‘신라젠 경영진 등 비리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문은상 대표 등 신라젠 전·현 경영진의 악재성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은 주식매각시기, 미공개정보 생성시점 등에 비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언론에서 제기된 신라젠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