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배터리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을 주업으로 하는 롯데케미칼을 배터리 사업체로 성장시킬지 주목된다. 사진=최준필 기자
앞서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원료인 알루미늄 파우치를 제조하는 일본의 ‘쇼와덴코’ 지분을 취득한 바 있다. 당초 롯데케미칼이 노리던 것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 업체이자 글로벌 2위 사업체인 일본 기업 ‘히타치케미칼(히타치화성)’이었으나 이 역시 2019년 쇼와덴코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대신 롯데케미칼은 지난 4월과 5월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쇼와덴코 지분 4.69%를 취득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 석유화학회사는 배터리와 첨단소재 사업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롯데케미칼 역시 이번 인수전에서는 발을 뺐지만 (배터리 사업) 관련 매물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사업은 지난 수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앞으로 사업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은 성장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며 “석유화학이 ‘다운턴’하는 추세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업계에서는 차라리 배터리 사업으로 눈을 돌리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동종업계로 분류되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이 배터리 사업 쪽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석유화학 사업체인 롯데케미칼이 배터리 관련 사업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진=최준필 기자
문제는 시기다. 앞서 언급한 대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이미 국내 대기업들이 배터리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롯데케미칼이 이제야 뛰어든다고 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화학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미 유력 대기업들도 다 뛰어든 배터리 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이 바닥부터 시작하기는 늦은 감이 있다”며 “배터리 관련 사업체를 인수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는데, 두산솔루스의 경우처럼 이 역시 이미 몸값이 꽤 올라간 상태여서 쉽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의 재계 관계자도 “배터리 관련 사업은 기술과 노하우가 상당히 오래 축적돼야 하는 사업인데 롯데케미칼이 이제 와서 배터리 사업체를 인수한다 할지라도 성과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