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나아이 홈페이지
코나아이는 지역화폐 운영사업자로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2018년부터 인천광역시를 시작으로 경기도, 경남 양산시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화폐 시장을 양분하던 KT가 지난해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 담합 혐의로 오는 7월까지 공공입찰 참가가 제한되면서 코나아이의 사업 수주에 속도가 붙고 있다. 코나아이는 지난 4월 경기도와 재난기본소득 지급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9일에는 인제군과 지역화폐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코나아이의 서비스 확대에도 투자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코나아이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으나, 해외법인 자료를 빠뜨려 회계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 감사인은 “종속기업에 대한 금융자산 등의 평가와 관련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으며, 대체적인 절차로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회사는 종속기업에 대한 금융자산 등의 평가와 관련하여 적절한 통제절차를 운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예기치 못하게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코나아이는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다. 지난 3월 19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자 코나아이 측은 입장문을 내고 “회계기준 위반이나 회계부정은 없었다”며 “감사인으로부터 중국법인과 방글라데시 연구법인 관련 서류 제출을 요청받았으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일부 자료 제출이 늦어진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7일 이내 제출하고, 재감사를 받아 빠른 거래 재개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나아이 측의 설명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법인의 매출은 28억 원, 중국법인 매출은 17억 원 규모로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또 중국법인은 매출구조가 단순하고, 방글라데시 법인은 연구법인으로 코나아이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해 매출이 발생되는 구조다. 다만 방글라데시 회계기준이 한국과 달라 관련 서류에 대해 회계법인과 합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코나아이는 이의신청을 통해 개선기간을 부여받고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14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오는 2021년 4월 12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개선기간 중 매매거래정지는 지속된다. 같은 날 코나아이 측은 주주 공지문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삼정회계법인의 자문(PA)을 받아 태성회계법인과 재감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나아이가 밝힌 향후 계획에 따르면 오는 7~8월 거래 재개를 목표로 6월 셋째 주부터 태성회계법인의 재감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코나아이는 적지 않은 재감사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재감사 보수는 정기감사 보수의 2.5배에 달한다. 코나아이는 지난해 태성회계법인에 정기감사 보수로 1억 2500만 원을 지급했다. 삼정회계법인에는 PA(프라이빗어카운턴트)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PA는 재무제표 작성이나 회계처리 관련 자문을 감사인 외 회계법인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사진=코나아이 유튜브 캡처
회사 측이 거래 재개를 위한 절차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코나아이의 자회사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업성이 뛰어난 기업을 상폐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이면서 매년 적자를 기록해 모회사인 코나아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코나아이는 지난해 매출액 1244억 9377만 원, 당기순손실 57억 8309만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899억 4401만 원)에 비해 증가했으나, 2017년부터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냈다.
일부 주주들은 지난 3월 27일 열린 코나아이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해외법인 자회사에 대해 질의를 제기했다. 문제가 된 중국과 방글라데시 법인을 정리할 수 없느냐는 것. 이에 코나아이 측은 “해외법인은 연구와 개발을 위해 존재하고, 현재 코나아이의 플랫폼이 해외법인의 R&D(연구·개발) 덕분에 가능했다”며 “해당 법인들의 매출은 인건비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회계감사에서 문제가 된 중국법인과 방글라데시법인은 2017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방글라데시 법인의 경우 2016년(당기순이익 1억 1200만 원) 이후 적자 전환해 최근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적자 전환한 2017년 당기순손실은 3300만 원, 2018년 당기순손실은 1억 5000만 원이었으나 2019년 당기순손실 6억 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더욱이 지난해 코나아이는 방글라데시 법인에 대한 종속기업 취득으로 5억 9300만 원을 지출(투입)했다.
중국법인은 2017년 당기순손실 9억 6600만 원, 2018년 당기순손실 8억 7500만 원, 2019년 5억 원으로 적자 폭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코나아이는 지난해 중국법인에 18억 7000만 원을 추가 투입하고 이를 모두 종속기업 투자주식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손상차손은 회사가 보유중인 자산의 가치가 장부가보다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이를 손실로 반영해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코나아이는 지난해 중국법인에 투입한 금액을 전액 손실로 반영한 셈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나아이는 중국‧방글라데시 두 해외법인과 지난해 중 청산한 미국법인 ‘KONA A, INC’를 포함해 인도와 미국, 국내에 총 7개 종속기업을 두고 있다. 이들 종속기업의 지난해 총 당기순손손실은 36억 4700만 원에 달한다. 지난 2018년 당기순손실 15억 6600만 원과 비교해도 손실이 급증했다.
또 코나아이는 지난해 종속기업에 대해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2018년 종속기업에 대한 손상차손은 9억 9500만 원, 2019년 종속기업에 대한 손상차손은 18억 9200만 원이다. 결국 코나아이는 해외법인 자회사에 계속해서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적부진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손실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코나아이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재감사 준비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법인 손실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재감사 준비로 자리를 비운 상태”라며 답변을 미뤘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